단 한번도 잘 나갔던 적이 없었던 남자. 윌리. 그는 아들들에게만큼은 영웅이었다. 수퍼맨같은 아빠. 원하는 것은 이루어주는 아빠의 모습. 비프와 해피에게 그런 존재였던 아버지가 무너져간다. 극 초반에서 보이는 윌리의 미묘함과 그를 보살피는 린다의 불안함은 바로 그의 허풍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자살을 시도하면서도 자신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아직도 자기가 잘 나가고 있다고. 현재 그렇지 않더라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잣니의 왕년을 떠벌이는 그에게서 초라한 우리네 소시민들의 뒷모습을 본다. 윌리의 허풍은 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는 그의 아들들에게 똑같은 기대를 품고 살아왔다. 특히 큰 아들 비프는 학교를 다닐 때 선수로서 활약했고, 그 모습은 아버지에게 큰 자랑거리였다. 그에게는 우등생 버나드의 충고보다 비프의 허울 좋은 허풍이 더 듣기 좋은 것이었다. 현실에의 외면. 진실로부터의 도피. 윌리의 비극적인 죽음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그 개인의 허물로 비춰지기보다는 시대의 아픔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가 현실을 직시한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꿈은 있으되 그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삶에 충실했지만 아무에게도 자랑할 무엇이 없었기에 그는 자신의 이상으로 도피해버린 것이다. 특히나 아버지를 전부로 알았던 비프의 변심은 윌리에게 가슴아픈 일이었다. 수학에서 낙제를 받을 위기에 처한 비프가 윌리를 찾아갔을 때 윌리는 어머니인 린다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스타킹을 꿰매서 신는 어머니와 달리 그 여자는 윌리로부터 새 스타킹을 선물받았고. 비프는 그 이후로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윌리는 이 사건 역시 그의 기억에서 지운것처럼. 아니 아예 잊은 것처럼 행동한다. 아내의 스타킹 꿰매는 모습을 발작적으로 싫어하면서. 이쯤되면 그가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강하지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 강하게 살아야 했기 때문에 진실로부터 도망치면서 삶을 꾸려왔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가장. 그 이름은 모든 약함을 강함으로 가장해야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걸까. 아내를 배신한 행위는 잘못이지만 그는 그것을 포장할줄도, 변명할줄도, 하다못해 인식할줄도 몰랐다. 그래서 여전히 굳건히 가정을 지키는 린다보다 (배신당한건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죽음 언저리를 돌고 있는 윌리가 훨씬 더 불쌍했다. 비프의 도둑질을 윌리는 방치했다. 그는 아버지가 기대한 것처럼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고, 그의 도벽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직장에 다닐때마다 도벽으로 인해 쫓겨났었고 그 때문에 감옥에까지 다녀왔음을 아버지에게 고백하는 비프는 그래도 윌리보다는 더 용기있어보인다. 그런 현실 인식이 비프가 윌리를 돌볼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반면 현실을 외면하는 아버지의 기질을 닮은 동생 해피는 가족들과 부딪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는 꿈을 살았던 아버지처럼 꿈에서 살고 있다. 죽음 언저리의 아버지곁에 있었으면서 전혀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이리라. 삶은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진다. 윌리의 죽음이후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시작과 끝에 마치 예언처럼 기술되었던 대사가 책을 덮은 후에도 마음을 울린다. 윌리 : 생각해봐. 집을 사려고 평생 일했어. 마침내 내 집이 생겼는데 그 속에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거요. p.14 린다 : 여보. 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 오늘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p.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