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셀라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6
새뮤얼 존슨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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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시니아의 왕자 라셀라스는 왕국의 법도대로 행복의 골짜기에서 아무것도 부러워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왕국의 네번째 왕자로서 그는 왕권의 차례가 자기에게 올 때까지 그곳에서 지내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는 그를 우울함으로 몰고간다. 아무것도 추구할 것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점점 더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는 너무 길었고, 할 일은 없었다. 왕자는 이 골짜기를 벗어나는 자유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만난 현자가 바로 시인 이믈락이었다. 그는 그에게서 세상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 대한 동경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더욱 왕자를 부추겼던 것은 이믈락의 솔직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 골짜기의 어느 누구도 이곳에 들어온 그 날을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세상을 겪은 사람이지만 그곳이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이 골짜기보다는 낫다는 말이 아닐까 하고 라셀라스는 생각하게 되었다. 하늘을 날아서 골짜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기술자의 실패 이후로 왕자는 이믈락과 성공 가능한 탈출 방법을 다시 모색한다. 이번에는 새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토끼를 모방해보고자 한 것이다. 동굴을 파기로 한 계획은 성공하여 왕자는 그 행복한 골짜기를 탈출한다.

 

라셀라스와 이믈락,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이 둘의 계획을 알게 되어 합류한 공주 네카야, 그리고 그녀의 시녀인 페쿠아까지 왕자의 일행은 이도시 저도시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여행은 골짜기를 벗어나 세상에 속하게 되었다는 의미만 있을 뿐 장소의 의미는 크게 없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삶의 보편적인 상황들이 존재할 뿐이다. 이 여행지에서 공주와 왕자는 행복을 찾고, 또 과거의 행적을 찾고, 또 죽음과 영원을 찾는다. 이들이 이 주제들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사실은 이 소설의 전체 핵심일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행복을 가장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행복이란 이 세상에서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과거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등등. 이들은 젊고, 그렇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판단하며, 이믈락은 노인의 심정으로 그들의 젊음이 내리는 판단을 지켜보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제재하기도 한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회의록을 읽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의미있는 것이었다. 이 여행을 통해 이 세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왕자는 통치를, 공주는 지식을, 시녀는 경건을 추구하고 싶었고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은 이 여행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행복에 접근해가며 이전의 사람들과는 또 다른 삶의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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