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호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2
외젠 다비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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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르쿠브뢰르와 그의 아내 루이즈는 메르시에씨를 기다리는 중이다. 메르시에씨는 부동산중개인이다. 그들은 메르시에씨를 통해 이 호텔을 인수할 계획이다. 말이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여인숙같은 곳이다. 살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주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숙박시설이기도 한 공간. 루이즈는 좁은 복도나 지저분한 방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곳의 전망만큼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 곳에서 새로운 꿈을 키워갈 것이다.

 

북호텔은 외젠 다비 자신의 부모님이 경영했던 호텔의 이름과 같은 이름이다. 작품 마지막에 있는 작가 연보를 보고 알게 되었다. 아마 그래서 소설 속에 이 부부에게 아들이 하나 있는 것으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아들은 소설 속에서는 전혀 비중이 없는 인물인데 말이다. 루이즈는 이 북호텔을 깔끔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그녀는 전 주인의 게으름 때문에 더럽게 방치되어 있던 방들을 치우고 에밀 역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 이 부부의 성실함 덕분에 북호텔은 점차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북호텔에 묵는 사람들은 파리의 중심 인물들이 아니다. 철공장 직공이나 기계공들, 수많은 남자친구를 거느린 젊은 처녀들과, 그저 파리를 동경해서 올라온 시골처녀, 나이가 많아 양로원에 들어가기 직전의 노인들과, 오입쟁이, 도박꾼, 마차꾼과 결핵환자 등이다. 이들의 이력에서 비롯된 소소하지만 때로 충격적인 일상이 담담하게 카메라로 비추는 것처럼 그려진다. 감정적인 표현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모든 일들을 아우르는 시선은 따뜻함이다. 이 따뜻함을 갖고 있는 인물은 북호텔의 안주인 루이즈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나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처녀 르네를 돌봐주는가 하면, 아마도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있는 듯한 라드베츠에게 병원에 가도록 유도하고 그 병원으로 기꺼이 찾아가 위문을 하기도 하고 드보르제 영감이 양로원에서 가끔 외출을 나와 들르는 날에는 그의 손에 10프랑을 쥐어주기도 하는 등 마치 우리 이웃집에 살고 있는 정 많은 아줌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늑막염에 걸려 아픈 상황에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리 엄마들을 닮기도 했다. 그녀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북호텔에서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버림받고, 누군가는 몸을 상할지라도 그들 모두 위안을 얻고 있었던 공간이었다고 북호텔을 추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북호텔은 사라진다. 루이즈는 몇 년간 자신이 공들였던 건물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곳에는 모던피혁의 뼈대철근이 세워진다. 이제 새로운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그 시간은 저 철근들처럼 냉혹한 것일까. 루이즈가 손으로 가꾸었던 공간처럼 따뜻했던 공간은. 이제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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