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피면 - 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4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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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나름 낭만적인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아니 낭만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 낭만적인 시기가 아니던가.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이 시기를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생각해보면, 그래. 낭만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으로 쓰인 '라일락 피면'은 어두웠던 시절의 성장기를 담담하게 담고 있다. 남몰래 짝사랑했던 여학생. 곱고 고운 마음을 가졌던 그 여학생이 무장한 군인들의 총칼에 스러지고, 그래서 달려나간 소심한 남학생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추억하는 가족들. 나의 청소년기와는 전혀 다른 시기의 그 이야기들에 나는 숙연해 질수밖에 없었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삶이 그랬듯, 그들의 삶이 그랬듯.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내게 주어지기는 하지만 그 선택지는 내 마음대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선택지는 하나일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고르고 싶은 선택지가 하나도 없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인생이 성장한다는 것은, 주어진 기회를 하나씩 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결국은 기회가 하나밖에 남지않는 순간. 죽음의 순간까지 계속 기회를 버린다고. 그런 생각은 조금 나를 우울하게 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보다 더 확실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그렇게 나를 위로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시대가 있었다고. 그리고 이들은 이렇게 그 시대를 보내왔다고 말해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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