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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복수 1 - 인간 사냥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이상해 옮김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글 전체를 읽지 않고 그러니까 전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의 경우 더더욱.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 한 그 해였는데. 모두가 좋아했던 그 책. 람세스를 접하면서였다. 내 기억에 상당히 방대했던 그 소설을 읽었던 때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그 때 내가 아주 묘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막 될 무렵. 그러니까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은 후 2월의 한 달. 입학을 앞두고 놀아도 시원찮을 그 때에 나는 아는 동생의 집에 이른 바 '독선생'으로 들어 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줌마의 이기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순진했던 나에 대해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지만 그 때 나름 그 집에서 책을 읽을 시간을 벌었던 건 악몽같은 그 때의 한 줄기 그리움이 된달까.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의 경우, 또 여러 지식을 바탕으로 한 소설의 경우, 읽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혹은 자신의 지식이 보잘것 없게 느껴지는 그런 부작용이 이 책에는 없다. 아니 그의 책에는 없다. 그만큼 소설 속에 지식을 녹아내는 재주가 그에게는 있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 수록 나도 그만큼은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그게 그의 장점이겠지만. 그리스의 신들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집트의 신들. 그리고 그 신들의 권한이 약화되어가고 있는 시대의 정치. 그런 묘한 시대적 시점이 이 소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필사생 켈은 천재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사이스의 사역원 역관으로 발탁된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사역원장은 그에게 암호문서 하나를 해석하라고 하는데, 그 암호문서 때문에 사역원 전체가 독살당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나이 어린 역관으로 사역원에 우유배달을 담당했던 켈은 바로 그 독살의 위협에서 벗어난 대신 독살한 범인으로 몰려 쫓겨 다니게 된다. 사역원 전체 역관을 살해해 버릴만큼 소중한 암호문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그리고 왜 죽여야 했을까. 그 정도의 범행을 자행한 우두머리는 과연 누구일까. 의문의 의문을 품게하는 숨가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나는 무엇보다 켈의 친구 베봉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 쿨~한 그의 인생' 여느 떄처럼 꼭 주인공 주변 인물에 마음을 쓰게 되는 나는 그의 위험이 늘 조마조마했다. 주인공 아니라고 2권쯤에 죽여버리는 건 아니겠지. ㅎㅎ 대개 그런 인물들은 끝까지 살아남으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글쎄. 작가가 서문에 써 놓은 글을 보면 누군가는 죽어나갈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1권을 읽고 바로 2권을 집어들게 만드는 소설. 그 필력에 감탄한다. 좋은 책을 만나게 해 줘서 작가에게 감사. 현대 스릴러물에 살짝 지쳐있다면 신과 인간이 함께하는 도시 사이스의 변혁을 느끼면서 그 도시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숨결을 함께 호흡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