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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미가와 고이치는 겸연쩍은 듯 코를 문질렀다.
"네 오빠나 친구들은 나를 '피스'라고 불렀어." 페이지 : 530쪽
희대의 살인마의 별명이 '피스'라는 것. 이 엄청난 아이러니를 마지막으로 2권은 끝난다. 이 부분을 읽으면 다시 3권을 집어들게 만드는 놀라운 장치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두운 분위기에 지쳐서 이번 권을 마지막으로 해야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권에서는 범인들이 밝혀지기 전까지 사건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읽듯 휙휙 책장이 넘어갔다. 하지만 2권에 들어서면 이들의 내면으로 자꾸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자꾸만 어두워졌다. 마치 컴컴한 방 안에 희뿌연 안개가 빛인 듯 아닌 듯 가득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중반 이후로는 덮어버릴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1권을 통해서 이미 다카이 가즈아키는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2권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간절하게 그가 설득에 성공하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살인범이 즐겼던 절망을 앞 둔 희망. 그 부질없는 감정에 독자도 빠뜨려버리려는 미야베 미유키의 전략이었을까. 다카이가 망설이는 말을 대신 외치고, 다카이가 성공 할 듯 보이면 끊임없이 그를 응원하는. 그러면서도 한 편 그는 결국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의 반복.
이제 그는 살아남아 있다. 다카이와 구리하시에게 모든 범죄를 씌운 채로. 가장 강력한 그가. 그리고 그를 쫓는 형사도, 르포기자도, 다카이의 여동생도 살아남았다. 어차피 싸움은 살아남은자들 사이에서만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부분에서 그 둘은 만났다. 도망치던 자와, 구해주는 자로. 이 말도 안되는 조합이 어떻게 끝날지. 이제 마지막권을 들면서 흥미롭고 기대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