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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
더글라스 에이브람스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세기의 바람둥이 돈 주앙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해야할까. 호색한이자 난봉꾼의 대명사인 그가 한 여자와의 사랑을 지고지순하게 지켜가며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그로 인한 희생을 감수하기까지 하는 이야기라면. 돈 주앙이라는 이름이 떠오르게 하는 매력적인 모습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한 사람과의 결혼생활을 통해서도 충분히 쾌락을 누리고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그의 이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돈 주앙에게 여러 여자와의 사랑을 가르친 페드로 후작은 그의 잡착으로 말미암아 파멸에 이르고, 반대로 한 여자와 사랑하는 숭고함을 가르친 마누엘은 자신의 선술집을 대화의 집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소박한 꿈을 이룬다. 그리고 돈 주앙은 마누엘의 교훈을 따른다.
마누엘의 말 중에 인상깊었던 것은 이것이었다.
"나도 다른 여자들을 원해. 하지만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할 필요는 없어. 내 아내에게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 아내의 웃음과 눈물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거든."
"대부분의 남자들은 한 여자의 일부분만을 맛보지만 한 여자의 몸과 마음, 영혼을 진실되게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질 수 있어."
이 말을 끝으로 돈 주앙은 그의 친어머니(마누엘의 아내)세레나에게 자신이 그녀의 아들임을 밝히고 그의 진실된 사랑 '아나아가씨'를 향해 멈추지 않고 갈 수 있게 된다.
글의 주제와 더불어 이 책의 즐거움이라면 중세 스페인 세비야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펠리페 2세가 통치하던 황금시대이자 종교재판관의 횡포가 성행하던 시대. 잦은 정복전쟁으로 과부가 넘쳐나던 그 때. 소설의 배경으로서 이렇게 매력적인 시대가 있을까.
이 작품이 처음부터 끝까지 끈질기게 이야기하는 사랑의 본질을 한 마디로 정의해본다.
"사랑으로 충만한 키스에서 느끼는 기쁨은 낯선 사람과의 천일야보다 더 위대하다."
이 땅의 모든 바람둥이에게 읽혀볼 만 한 글이 될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