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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 ㅣ 매그레 시리즈 4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바지선이라는 것이 있다. 말의 힘으로 가는 배를 말한다. 그래서 배와 수문의 이야기로 가득한 이 소설에서 마부와 말의 이야기역시 필수적이다. 그리고 매그레는 사건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비가오는 질척질척한 진흙탕 속을 뚫고 60km이상을 끊임없이 달리는 매그레의 모습은 우직한 형사의 모습 그대로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읽고 있으며 그대로 감정이입이 되어 육중한 몸임에도 헐떡일 수밖에 없는 그의 형편을 떠올리며 읽는 독자 역시 숨을 헐떡이게 되리라.
배 위에서의 삶은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바다 한 가운데를 항해하는 것보다 일정한 속도로 수문을 이동하는 바지선과 요트가 안정적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지루한 여행 같기도 하고, 따분한 일상 같기도 한 묘한 삶의 경계를 살고 있는 인물들은 대개 비슷비슷한 모습이다. 그런데 여기에 여인의 시체가 느닷없이 나타난다. 이 곳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옷차림과, 당시의 날씨와 땅바닥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깨끗한 상태에다, 전혀 나타나지 않는 단서, 불가능한 시간 설정, 게다가 아무런 증거가 없어 사건 당시의 배들이 모두 수문을 지나가버리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불상사까지 도무지 매그레에게 친절하지 않은 상황들 뿐이다. 게다가 수사 진행 과정에서 또 하나의 시체가 생겨나기까지 한다. 동일범에 의한 것이 분명한 두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실제로 심농이 자신의 배 <오스트로고트>호 선상에서 집필했다는 이번 작품은 그래서 그런지 배 위에서의 삶이 매우 자세하고 실감나게 표현되어있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독자 역시 배 위에서의 한적한 삶과, 때로 수문을 먼저 지나기 위한 배 주인들의 떠들썩한 목소리들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에 낯설지만 흥미로운 장면에 빠져보는 것은 이번 작품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