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승리하라 - 누런개

누런개 ㅣ 매그레 시리즈 5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바로 전편인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가 사랑의 실패에서 비롯된 비극이라면 누런 개는 사랑과 관련한 비극이 자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사랑을 되찾는다는 점에서 크게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을 연달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묘하게 비슷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든달까.

복수를 위해 돌아 온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의 분신처럼 누런 개를 데리고 다녔다. 정체 불명의 누런 개는 동네를 배회하고 범죄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그의 주인은 도무지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주인이 분명 범죄를 저질렀으리라는 확신이 드는 경찰은 그를 추적하고 드디어 잡는데도 성공하지만 왜 그런지 매그레는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듯 보인다. 오히려 그는 심약해보이는 환자 닥터 미슈를 관찰하고 있다. 게다가 누런 개의 주인이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마지막 범죄는 다 풀려가던 사건을 한번 더 꼬아버린다. 도무지 범인은 누구일까.

이 작품에서 매그레의 원칙은 절대 추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리를 하지 않는 형사라니. 대신 그는 사건을 나열한다.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것. 이 두가지가 그의 사실 나열에 주요한 점이다. 사실들을 종합하면 그 결과 범인이 밝혀질 것이다. 명쾌하지만 쉬운일은 절대 아니다. 이러한 매그레의 수사 방법을 따라가느라 정신없는 초임 르루아 형사의 행동은 소설을 읽는 동안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노력하는 신참 젊은이의 전형이랄까. ^^ 매그레 형사를 따라다니는 신참 형사들이 대개 그런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 젊은이는 허둥대거나 칭찬을 바라거나 기대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더 그랬던 것 같다. 읽을 때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매그레 시리즈. 수사물을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