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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결혼을 하고 나면 여자의 인생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남자도 역시 변화를 겪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결혼 때문에 달라지는 점은 임신과 출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신체적인 변화와 심리적인 변화가 모두 극심할 뿐 아니라 생활패턴과 직장, 때로는 미래 계획 모두 영향을 받는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예기치 않은 임신인데다, 임신중독을 겪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꼼짝못하다 난산에 수술을 통해 아이를 낳은 경우라면, 산후 우울증을 겪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사실 산후 우울증은 많은 산모들이 겪는 질병이다. 난산이 아니더라도 출산은 충분히 충격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갖게 된 기쁨도 분명 있지만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우울감도 때로는 들 수 있다. 엄마는 무조건 버티고 이겨나가야 한다고 하기에 첫 아이의 육아는 준비없는 엄마에게 가혹한 짐이되는 경우도 많다. 소설 전반부는 이런 초보엄마의 모습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약간 극단적인 부분도 없지않아 있지만. 날카롭고 떄로는 무모하게 공격적이기까지한 주인공 샐리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 않을까.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러한 정도의 고통을 감수하는 엄마들에 대해서 독자들이 생각해 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후반부에는 뺀질대던 남편 토니의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독자를 경악속으로 빠뜨린다. 아이를 갖기 싫어했던 그가 어째서 순순히 샐리와 결혼하고 그녀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였는지 그를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아내의 증상을 말했던 간호사와 의사의 증언들을 얼마나 교묘하게 이용하는지를 살피자면 주인공이 아니라 누구라도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 있을까.
빅픽처에서 보여준 작가의 필력은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조금 아쉽다면 전작에서 보았던 반전이라는 것이 이 작품에서는 조금 약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소설이 반전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막힌 반전이라는 선전에 혹해서 보게 된 독자라면 조금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작품을 통해 결혼생활에 대한 교훈을 조금 얻어보자면, 잘 알 수 없는 남자와는 시작하지 말라는 것. 숨기는 것이 많은 사람.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해서 때로 이상해지는 사람이라면 우선 경계해 볼 것. 결혼을 하면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때는 신중할 것. 등이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