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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미궁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4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고 나서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창작해낸 시라토리라는 인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도 (나만 그럴수도 있겠지만) 천재성을 지닌 인물을 기대하거나 그러한 인물이 등장했을때 마음이 확 쏠리기 마련이다. 천재가 들려주는 논리정연한 사건설명을 듣게 되거나, 아니면 작가 자체가 천재라서 작품 내에 그러한 논리성을 펼쳐주거나. 그런 묘기(?)를 보려고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닐까..^^;;
이번 작품에서 시라토리는 그의 부하직원인 얼음공주와 함께 이 미궁속에 잠입한다. 전작을 읽었다면 당연히 히메미야라는 간호사가 얼음공주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이 처음이라면 대체 이 간호사의 정체가 뭘까 의심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실수를 진짜처럼 하는. 아니 진짜가 실수인것 같은 그녀. 시라토리와 호흡을 맞추기에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두 사람의 조합에다가 이름마저 대길(大吉)인 길할래야 길할 수 없는 남자 덴마가 끼어든다. 운이 억세게 없다고 생각하는 그가 과연 이 미궁을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살인을 다루고 있는 추리물이지만 병원에서의 순조로운 죽음의 형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과연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모든 죽음이 정말 평등하게 다루어질 수 있을까.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선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죽음을 선사하는 그는 과연 죽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죽음이든, 남의 죽음이든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죄일까. 아닐까.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해볼 일이다.
가이도 다케루의 시리즈물을 읽으려면 되도록 순서대로 읽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아쉬운대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놀랍게도 이번 작품이 그의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운좋게도 내가 원하던 대로 순서대로 그의 시리즈물을 읽는 셈이다. 작품에서 살짝 등장했던 추락한 나이팅게일은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그 정체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등 판타지물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하나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자유롭다. 추리물의 경우에는 판타지보다 현실성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아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가이도 다케루는 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충분히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서 이른바 가이도 다케루 월드를 구성해냈다. 언젠가는 그의 월드를 파고들어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후배 작가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