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아바타'를 보면서 과연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 것일까를 회의적으로 고민한 적이 있었다. 나역시 주인공이 아바타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더 행복했다고 생각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가 아바타의 모습으로 눈을 뜨는 것을 기대하면서 집중하기도 했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그 자신의 삶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비족의 껍데기를 입은 그의 정신. 현실에서의 몸조차도 사라져버린 후의 그는 과연. 행복한 것일까. 

'욘더'는 아바타가 가진 공간보다 훨씬 더 한 가상의 공간이다. 가상이지만 가상인 것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실체를 가진 곳. 다만 죽음이 없고, 불안이 없고, 그리고 시간이 없는 공간. 누구나 각자의 천국을 구현한 공간. 그래서 불안정하게 완벽한 공간. 그 곳에 들어간 김홀이 자신의 목적을 잃고 그 곳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문제제기를 한 것은 그의 아내 이후이다. 아마도 그녀에 대한 그의 기억이. 그녀가 살아있을 때에 가졌던 그녀의 생명력이 그에게 진실을 일깨운 것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래의 모습은 다른 SF소설에서와 다르다. 공상과학소설에서 미래가 전혀 안 올 것 같은. 그러니까 정말 말 그대로 소설같은 모습이라면, 이 책에서의 미래는 진짜로 올 것 같은 현실의 모습이다. 사람의 몸을 기계로 만들고 칩을 이식하고, 기억을 저장하고 그리고 천국과같은 가상공간을 실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도. 그런데도 어느순간에는 이런 상황이 오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단순히 소설이 가진 힘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그만큼 미래의 모습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삶을 더 즐겁게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때문에 현실속에서는 마치 죽은 사람들처럼 생활을 폐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그리고 이렇게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상의 공간이 생겨난다면.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그들에게 필요없는 짐덩이일 뿐인 몸을 버리는 것이 전부인) 그곳으로 갈 수 있다면.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서울역 역전에 모인 인구수 만큼을 매일매일 빠르게 불러들일 수 있으리라.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의 첨단을 걷는 이 소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전설과 신화이다. 신화에서 가져온 상징성들이, 과거로부터 이어온 집단성이 이 소설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거기다 욘더에 간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들을 불러오는 장면에서 나는 어릴 적에 들었던 전설들이 떠올랐다. 이미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들을 데려가려고 한다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은 억울해서 악해지기 때문에 본래 좋은 사람이었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들의 세계로 데려가는 일을 기꺼이 한다는 이야기.

다가올 미래의 모습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후와 김홀처럼 할 것인지. 혹은 피치와 최사장처럼 될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장진호, 부흥사 K처럼 될 것인지. '아바타'의 주인공이 자신의 생을 위해 그처럼 간절했던 것처럼. 또 전설속의 주인공이 살기위해 그의 지혜를 발휘한 것처럼 간절하고도 지혜롭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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