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로큰 윈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8 ㅣ 링컨 라임 시리즈 8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작년에 1984를 읽으면서 오래된 과거로 읽는 미래의 모습같다고 생각했다. 그 과거의 모습은 이제 미래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개인의 모든 생활이 기록되고 점검되는 곳. 그것이 사상의 검열 때문이든, 범죄의 예방, 혹은 경제 가치의 창출 때문이든 결론은 끔찍하다.는 것이다. 내가 사소하게 생각했던 내 모든 개인정보들이 흘러나가 누군가에게는 거래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범죄의 대상이 되는 사회. 브로큰 윈도의 배경은 바로 그 사회. 우리의 현실이다.   
범죄의 시작은 라임의 사촌. 아서 라임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학에서 교수직을 박탈당하다시피 한 실직자 아서. 그러나 그림을 훔치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기에는 선량한 아서. 그는 과연 진범일까. 사촌이기 때문에 수사에 개입하는 적절한 이유를 대기 어려웠지만 링컨은 곧 아서가 함정에 빠진 사실을 알아차린다. 게다가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채 범인으로 몰려 형무소생활을 하는 인물을 더 찾아내기까지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미리 설정하고, 한 사람은 피해자로 한 사람은 가해자로 만들면서 자신은 몰래 빠져나가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아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범죄도 특이하고 흥미진진하지만, 아서와 링컨의 과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뛰어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비교적 똑똑한 아들 아서와, 그 뛰어난 삼촌에게서 인정받으며 논쟁을 즐겼던 천재 링컨. 형에게 치여서 수줍음 많은 장년이 되어버린 링컨의 아버지와 비교적 똑똑한 아들 아서의 조우. 그렇게 아버지를 바꿔서 살아갔던 두 사촌의 모습들. 아마 천재들은 자기 주변 사람이 자신과 같지 않기 때문에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한번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링컨이 벽돌 하나에 담긴 아서의 분노를 당시에는 절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처럼.  어쩌면 그렇게 시작된 분노와, 그렇게 결합된 개인정보 노출의 최초 희생양은 링컨일지도 모른다. 아서 덕분에 링컨은 MIT를 포기하게 되었으니까. 신체마비가 된 법의학자가 끊임없이 과거를 되새기면서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다고 언급하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다른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두 다리로 범죄현장이 아니라 교단에 서 있으면서 아직도 건강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한 순간의 삐그덕거림.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떤 조작이 있었기 때문이라도? 그렇다면 우리의 운명은 나는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씌어지는 각종 서류들에 의해 결정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창문을 통해 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마 당신의 개인정보에도 마찬가지로 접근하고 있을 것이다. 스릴러는 책 바깥을 넘어 현실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