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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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가족이란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루저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좋다. 링에서 쓰러지고 이미 케이오 선언을 당해 다시 링 위에 올라갈 수 있을지조차 희박한. 오십대와 사십대에 걸친 이들 삼남매가 삶에서 곤두박질치고 난 후에 비로소 돌아온 곳은 칠십대의 노인이 근근히 삶을 유지하는 공간. '엄마의 집'이다. 

  

실패한 자식들의 후퇴에 대해 엄마가 취하는 태도는 놀랄만큼 심플하다. 한마디로 '밥 먹어라'다. 우리 엄마가 나를 기르면서 아침밥을 먹이는 데에 목숨을 걸었던 이유도, 점심 도시락이 없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 눈길을 헤치고 도시락을 짊어진 채 교문 앞에서 눈사람이 되어갔던 이유도. 어쩌면 이걸로 해명될 지 모르겠다. 엄마가 주는 '밥'은 그저 식사가 아니라 탯줄과도 같다는 것을. 그것으로부터 영양을 얻어 살을 만들고 뼈를 만들었던 때처럼, 엄마의 밥은 세상속에서 내게 살을 붙이고 뼈를 기르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라고 말이다.  

 

천명관의 소설로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고래'였다. 지금도 생각하면 암울하기만 했던 줄거리다. 기발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지만 읽고나서 개운하지는 않았다. 전적으로 개인취향에 의한 뒷끝이었지만. 반면 이번 소설은 재미있고, 담담하고, 때로는 유쾌하다. 나이가 마흔이고 쉰이지만 역시 엄마 밑으로 들어와 살면서 철들어 가는 중년들을 보면서 성장이란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칠십의 노인이 야반도주를 감행했던 젊은 날의 상대를 다시 만나고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 노년의 사랑이라는 것도 참으로 열정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일도. 이 소설을 통해서 가능했다. 그러니 콩가루 가족의 파란만장한 출생의 비밀에 파묻히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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