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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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이라는 글을 교과서에서 배우던 때가 있었다. 청춘에 관한 미사여구로 채워졌던 그 글을 읽으면서 단 한번도 내 청춘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기억 나는 것은 그 글에 사용된 온갖 표현의 향연뿐이다. 나중에 그 글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한 선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대체 청춘인 애들이 지금 자기 청춘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알긴 해? 이건 지난 다음에 추억할 때에나 맞는 말이야. 한마디로 자기 나이대 사람들은 함께 공감할 지 몰라도 현재 청춘들은 전혀 공감안해." 라고. 그러니까 배우게 할만큼 중요한 글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때를 떠올렸다. 내가 어째서 그 글을 읽으면서도 내가 청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었는지. 새벽같이 일어나 달보고 들어오는 생활의 어디쯤에 찬란함이 있는 것인지. 내 시들시들한 몸상태의 어디에 생동감이 넘쳐 흐르는 것인지.  

 

가까이 겪어보지 않고서는 세대를 논할 수 없다. 저자가 청춘들의 가까이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보고, 그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글이 청춘에 관한 글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청춘이었을 때 나를 겪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에 훗. 하고 냉소를 보냈듯이, 지금의 청춘들은 겪어보지 않고 너희들이 이러이러한 세대라고 내리는 판단과 분석에 차가운 비웃음을 날린다. 그러나 어느 세대든, 그렇게 성장해왔다. 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전과는 다른 가치를 배웠고, 전과는 다른 미래에 노출될 것이다. 그러니 삶의 방식도, 삶을 운영하는 척도도, 기존과는 다를 것이다. 선사시대에도 있었다는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되는 비난은 단지 비난일 뿐 아니라 그렇게 흘러왔던 역사의 단면이다.  

 

이들이 어째서 자신을 잉여라 부르는지. 그들이 삽질에 쏟는 열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돈 앞에 기존의 세대보다 자유로웠던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돈에 그토록 쿨하지 않은지. 이들에게 혁명이란 무엇인지. 이러한 물음앞에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청춘들의 사정을 살펴 공감하고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칭찬하려는 책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이 기준이 아니라 '왜'가 기준이다. 그러니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궁금한 이들만 펼쳐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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