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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윤경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4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 말이 낯설지 않은 건,
내가 책을 읽고 기록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그의 작품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책을 읽어오며, 그의 이름은 늘 출판 시장 한편을 지키고 있었다.
놀라운 건 단순한 시간의 길이보다도 그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내왔다는 점이고,
그 작품들 대부분이 독자를 모았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그가 낸 104권 중에서 1위를 뽑는 투표도 진행 중이라는데 어떤 작품이 1위가 되었을지 문득 궁금하다.
검색해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곧 떠들썩해지겠지.
이번에 읽게 된 『장미와 나이프』는 히가시노의 단편집 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단편 모음이라 술술 읽히고, 내용 구성이 알차다.
무엇보다 '탐정클럽'의 등장이 반가웠다.
히가시노 팬이라면 다 아는 그 미스터리한 존재들. ^0^
추리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결국 질문 때문이다
좋은 추리소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건 누가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정말 그 사람일까?
그리고 그 물음표들이 하나씩 느낌표로 바뀌는 과정,
바로 그 순간이 추리소설의 묘미다.
『장미와 나이프』 속 단편들 역시 그렇다.
처음엔 뭔가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어, 이게 끝인가?” 싶을 즈음,
다른 느낌표 하나가 툭 튀어나온다.
그걸 발견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이 책의 큰 재미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답은 늘 같다
히가시노의 범죄소설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범죄는 대부분 욕망에서 출발한다.
우발적인 사건도 있지만, 『장미와 나이프』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이런 범죄에 생존이 이유일 리는 없다.
욕망이다.
소유하고 싶어서, 되찾고 싶어서, 지키고 싶어서.
그 욕망이 터무니없고, 때론 잔인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 인물들이 낯설지 않다.
인간은 원래 그럴 수 있는 존재이니까.
그래서 다행이다 – 탐정클럽이 있어서
욕망은 어디서든 자라날 수 있고,
그 욕망은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런 욕망이 뜻대로 실현되지 않도록 막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장미와 나이프』에서는 그 역할을 탐정클럽이 맡는다.
사건을 전면에서 이끄는 건 아니지만,
늘 어딘가에서 사건을 지켜보고 있고,
결국엔 진실을 끄집어내는 역할.
아마 그래서 이들의 존재가 더욱 신비롭고,
동시에 독자로서 든든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제나 ‘딱 떨어지게’ 마무리한다
이번 단편집도 그랬다.
트릭이 과하지도 않고, 분위기에 눌리지도 않는다.
읽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긴 하지만,
이야기 구조는 언제나 단단하게 닫힌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다.
읽을수록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이렇게 꾸준히,
이렇게 ‘딱 떨어지게’ 써낼 수 있다는 건
결국 작가로서의 기술이자 집요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