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9
제임스 프렐러 지음, 김상우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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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가 진화한다. 그래서 사이버 범죄는 늘어나고 우리는 언제든 해킹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사이버 범죄 수사도 발전한다. 화이트 해커가 생겨나고 예기치 않은 공격을 때로 막아내고 때로 막아내지 못하며 그렇게 사이버 세계가 굴러간다. 


마치 이것과 같다. 학교폭력이란 것. 

물론, 학교 폭력은 사이버세계처럼 없다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원래 존재했으나,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그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교육 문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지매, 왕따라는 단어에서 시작한 학교 폭력이 점점 조직화되고 진화하는 동안 이를 막아내기 위한 교육의 방식과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관점도 진화해왔다. 


이 방관자라는 개념이 진화의 결과물이다.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 우리는 꽤 오린 기간동안 가해자와 피해자에 집중했다. 가해자들을 가려내고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 그게 중요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으레 경찰서에서 그렇게 하듯이. 하지만 학교 폭력은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우발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대개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아주 많은 부분이 감춰져 있다. 


그러한 특수한 상황을 따져나가다 드러나게 된 존재들이 이 방관자들이다. 가해 다수가 피해 소수를 괴롭혔다고 보면 힘의 우위가 분명한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이 가해와 피해 사이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말릴 기회, 혹은 신고학 기회가 무수히 많았다. 그런데도 왜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는가.


소설 시작 부분에서 에릭은 할렌백에게 '난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피해자인 할렌백에게 에릭은 과연 '나쁘지' 않았을까. 나중에 그가 에릭을 희생물 삼을 때에도 그의 죄책감을 덜어준 것은 한때 에릭이 바로 그 '방관자' 즉, '나쁜' 존재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릭이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선택한 길이 곧 피해자의 길로 들어서는 길이었음에 우리는 집중해야 한다. 수많은 방관자들이 두려워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방관자가 되지 않으려 스스로의 용기를 북돋워야 한다면 이를 함께 읽는 어른들은 생각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피해자가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아니라, 방관자가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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