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Page Proposal -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패트릭 G. 라일리 지음, 안진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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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지 않은 장르의 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

One Page Proposal은, 모든 제안서를 단 '한장'으로 쓰라는, 1.5장도 아닌 단 한 장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이 발상은 굉장히 혁신적이다. 사실 혁신적이 아닐 수도 있는 주장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실천된다고 했을 때는 매우 혁신적이다. 대학 과제물로 내는 모든 리포트도 기실 한 장이면 충분하다. (제안서와 과제물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따지고보면 거의 모든 종류의 글은, 한 장으로 압축이 가능하다. 예전 사마영씨가 보르헤스에 빠져있을 무렵, "장편 소설 무용론' 을 펼친 적이 있다. 소설이 길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무튼 소설이라는 것도 한 장에 줄일 수 있기는 하다.

이 책 자체에 대해서 말하자면, 뭐 대단한 내용은 없는 책이다. 다만 모든 내용을 '단 한장'에 압축해서 넣을 수 있다는 발상을 제공한 것 만으로도 이 책은 한 권의 값어치를 한 것 같다. 내 경우는 처음 10 페이지를 읽으면서 느낀 것이 이 책의 전부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경력을 과장하기 위해 열심히 늘렸던 내 이력서부터 한 장으로 줄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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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꽃
이인화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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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어본 글들 가운데, 도무지 때려죽여도 나는 이렇게 못 쓰겠다고 느껴지는 작가를 몇 명 대보라면 나는 가장 먼저 서정주를, 그 다음으로 이인화를 댈 것이다. (혹시 모르지. 누구 까먹은 사람 없나...? -_-) 그런데 요상스럽게도 이 두 사람은 모두, 정치의식 또는 사생활 때문에 구설수가 많은 사람이다. 한 분야의 천재가 다른 분야의 둔재로 될 수 있다는 한 증명일까?  아무튼 이인화의 그 '매우 지성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감성적인' 문장은, 정말로 기가 막히다.

뭐 그렇긴 한데, 잘쓴 글이 언제나 만족한 독서는 아니라는 점에서 별 네 개.

이인화는 왜인지 몽고에 집착한다. 옛날 초원의 향기 시절부터, 시인의 별을 지나, 지금 하늘꽃에 이르기까지.

역사 의식이라는 면에서, 이인화의 "인간의 길"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리고 사실 이인화의 정치의식을 싫어한다는 사람들 중에 이걸 읽고서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편집에 실린 이인화의 "려인" 같은 소설을 보면 조금쯤 그 불편함의 근거가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다.

몽고의 백부장, 그리고 가족이 몰살당한 고려의 기녀. 몽고에게 국토가 유린당할 때, 원치 않게 군인이 된 몽고 백부장의 편에 서서 보여주는 로맨스. 가장 원칙적인 역사 상대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소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 편의 낭만적 서사시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핵심은, "작가는 누구의 편이 되느냐?" 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몽고인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몽고와 고려의 싸움은 "죽은 과거"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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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검무인 村劒無刃 1
임준욱 지음 / 북소리(영언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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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욱이라는 작가의 글은, 도저히 무협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촌검무인은 인터넷에서 극찬을 받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단단한 필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확 끌어당기는 맛이 없다. 무엇보다도, 그는 독자에게 구구절절 설명하고 변명한다.

촌검무인은 농풍답정록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담담한 관찰에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무협적 현실에 참여를 염두에 두지 않은, 평범하고 순하고 자기 스스로에게 규율을 세우는 소시민 월급장이로서의 시선으로 무협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무협에 등장하는 군상들은 대개 다른 무협의 엑스트라들과 틀린 색깔을 가지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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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말을 한다
소냐 피츠패트릭 지음, 부희령 옮김 / 정신세계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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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동물과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말이 아닌, 텔레파시를 통해서. 머릿속에 그려낸 영상을 서로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세상은 넓고 희안한 인간은 많다. 그 희안함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럴 수 있다. 어차피 과학이나 논리란, '원인과 결과에 대한 통계의 집합' 정도이다. 0.0001%라도 오차는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정말로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별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주인과 상담을 하다가, 이름만 가지고 천리 밖의 그 동물과 텔레파시를 교환한다는 것은 말이다. 차라리 동물과 1:1로 서로 쳐다보고 이야기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이 작가가 동물과 텔레파시를 하는 것도 결국은, 동물 주인의 무의식을 읽어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으로서는 이미 보고 들었으되 의식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그 사실들을, 작가는 뭔가 초인적인 능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재밌는 일이며, 재밌는 세상이다. 그리고 부러운 일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보다 쉬운 일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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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끄바여! 안녕 우리는 지금 시베리아로 간다
김산환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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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한달의 여행이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약간의 질투. -_-;

이 책과 함께, "겨울의 심장" 던가 하는 시베리아 여행기를 함께 읽었다. 둘 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이다. 겨울의 심장은 모스크바에서 서울쪽으로 오는 여행을,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은 그 반대의 여정을 취했다.

이 두 지은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가 된다. 모스크바로... 는 꼼꼼히 여행을 준비해서 떠나는 스타일 - 여행 가이드를 구하기 위해 러시아 현지인을 수배할 정도로 꼼꼼한, 안정지향적인 사람이다. 겨울의 심장은 Lonely Planet 한 권을 들고 갔다고 하는, 일단 가고 보자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두 책의 내용은 우스울 정도로 흡사하다. 기행문의 삼요소가 여정, 견문, 감상이던가? (십년도 전에 대입 시험을 치려고 외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_-) 이 중, 여정과 견문이 똑같다. 똑같은 곳에 도착해서 똑같은 내용을 소개하는데, 그에 대한 감상조차 비슷하다.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한, 이채로운 감상이란,

구 소련의 몰락 이후에 빵 배급을 받기 위해 두 시간동안 엄동에 줄 선 러시아인 - 우리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남아있다. 전기밥솥을 사려면 한달치 봉급을 모아야 되고 칼라 티비를 사려면 두달치를 모으고... 로 대표되는 경제적 궁핍도 자주 신문에서 듣는다. 하지만 이들은 말한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그런 삶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대기업에 가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좋은 집안에 장가들어야 하고, ... 그런 욕심들을 버리면 이 땅에서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생각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삶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삶은 일탈이다. 일탈은 쉽지 않다. 아무 생각없이 살때 가야하는 길은 결국, 아둥바둥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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