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꽃
이인화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읽어본 글들 가운데, 도무지 때려죽여도 나는 이렇게 못 쓰겠다고 느껴지는 작가를 몇 명 대보라면 나는 가장 먼저 서정주를, 그 다음으로 이인화를 댈 것이다. (혹시 모르지. 누구 까먹은 사람 없나...? -_-) 그런데 요상스럽게도 이 두 사람은 모두, 정치의식 또는 사생활 때문에 구설수가 많은 사람이다. 한 분야의 천재가 다른 분야의 둔재로 될 수 있다는 한 증명일까?  아무튼 이인화의 그 '매우 지성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감성적인' 문장은, 정말로 기가 막히다.

뭐 그렇긴 한데, 잘쓴 글이 언제나 만족한 독서는 아니라는 점에서 별 네 개.

이인화는 왜인지 몽고에 집착한다. 옛날 초원의 향기 시절부터, 시인의 별을 지나, 지금 하늘꽃에 이르기까지.

역사 의식이라는 면에서, 이인화의 "인간의 길"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리고 사실 이인화의 정치의식을 싫어한다는 사람들 중에 이걸 읽고서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편집에 실린 이인화의 "려인" 같은 소설을 보면 조금쯤 그 불편함의 근거가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다.

몽고의 백부장, 그리고 가족이 몰살당한 고려의 기녀. 몽고에게 국토가 유린당할 때, 원치 않게 군인이 된 몽고 백부장의 편에 서서 보여주는 로맨스. 가장 원칙적인 역사 상대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소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 편의 낭만적 서사시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핵심은, "작가는 누구의 편이 되느냐?" 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몽고인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몽고와 고려의 싸움은 "죽은 과거"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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