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늑대의 유혹 전2권 세트
귀여니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의 말로는,
대출 순위, 부동의 1위는 틱낫한의 "화", 그리고 부동의 2위는 귀여니의 늑대의 유혹이라는군요.
엽기적인 그녀, 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모티콘이 난무하고, 맞춤법이 신나게 --; 파괴되고, 그런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군요. 이모티콘이래봐야 O_O, -_-; ^O^, 뭐 이런, 열 개 이하 정도, 제가 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네요.
맨 처음에는 누구랑 채팅하는 기분이 들어서 재밌었고, 초반부에는 고등학생의 미숙함이 귀엽게 보여서 재밌었고, 중간쯤에는 순정만화를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으되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어딘지 이게 구무협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로맨스를 얼마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전에 읽던 로맨스와 늑대의 유혹, 이걸 비교하자면 마치 와룡생류의 중국 무협과 80년대 한국 무협의 차이 쯤일 것 같네요.
안양에서 정동진까지 기차를 타고 한시간 반만에 간다든가... -_-; 내지는 아무튼 앞뒤 안 맞는 구성들은... 뭐 1권에서 죽었던 사람이 2권에서 되살아나는 것 비슷하고... -_-; 등장인물들 단순무식한 것도 비슷하고.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 그건 마음에 꽤 들고...
(예전부터 들던 생각 중의 하나 :
"야! 일어나" <--- 이건 개똥이가 한 말.
이런 식의 표현이, 분명히 문학적인 맛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문학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뭐 남이 써놓은 걸 보면 발랄해보이기도 하고 의사소통은 훨씬 더 명확하고, 하다는 점에서는 낫지 않나... 뭐 물론 저도 저렇게 쓸 자신은 없습니다. 무식하고 용감하던 시절에만 쓸 수 있지 않았을까... --a )
그리고 이걸 읽다가 들었던 생각중에 하나는, 얘네들이 깡패하고 패싸움 벌이고 나이트 가서 놀고 하는 것들은 50%의 체험과 50%의 환상이니까 이해해준다고 치는데, 얘네들이 도대체 그 돈이 다 어디서 났나? 라는 게 의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얘네들이 돈걱정을 하는 걸, 그야말로 "딱 한 번" 봤습니다. 고2짜리 남자애 심장병 수술하는데 고3짜리 여자애가 병원비 마련할 걱정 하는거. -_-;
나머지는 돈 걱정 전혀 안 합니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정동진도 가고 나이트도 가고 공주도 왔다갔다 하고, 그리고 얘네들이 이동은 주로, 양아치는 자가용과 오토바이로 하고, 모범생은 택시로 합니다. -_-;
이런게 소위 말하는 나이 차이일까... 하다가, 문득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썼던 소설 생각이 났습니다. 노트 세 권 분량이지요. --; 뭐 깡패 나오고, 문제아 나오고, 폭력조직도 나오고, 문학소녀도 나오고,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 그 때 내가 쓴 소설 주인공이 돈걱정 하는 장면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보니까,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라고 생각하다가 지금 그걸 꺼내서 다시 대강 넘겨봤네요. 술을 몇 모금 마셔서인지 (천국 반병 마셨는데 알딸딸딸하네요. 요즘 이렇습니다. T_T) 줄거리를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데 (이건 술때문이 아니라 원래 이 글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T_T)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가 고등학교 자퇴하고 공장에서 월급 30만원 받으면서 나중에 CEO 될 꿈을 꾸다가 공장이 불타는 바람에 죽더군요. -_-; 이렇게 70년대스러운 죽음이라니 -_-;;;
귀여니가 쓴 글을 읽으면서 우수수 쏟아져나오는 그 미숙함들이, 그냥 귀엽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미숙한 걸로 떼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물론 배가 아프지만 -_-;;;
하지만 뭐 누구는 로또도 당첨되는데 뭐...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난 것 : 여자들 가운데 종종, "나보다 훨씬 못한 여자가 맨날 멋진 남자를 만나는게 싫어서" 로맨스를 안 읽는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늑대의 유혹은, 그 법칙에 상당히 많이 충실해보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