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1
김형경 지음 / 민예원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김형경의 새는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 는
최근 읽은 소설 가운데 가장 울림이 깊었다.
가슴속 울림이랄까, 머릿속 울림이랄까.

젊은 여자 소설가의 소설은 의식적으로 피하던 때가 있었다.
지나치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직업적으로 자기 자신을 고민하는 사람들,
의 의식 세계에 전염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예외를 두었다면, 한강 정도였을까.

그랬는데 지금은, 그 젊은 여자 작가들이 누구인지조차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조경란 정도 밖에는... --a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으로도, 하성란이니 공지영, 전경린 같은 작가들이 병적으로 자기 자신을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새는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는 어떻게 보면 후일담류의 소설이지만
자기 기만이나 환상, 자기 도취, 자기 연민 등등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후일담류들과는 구분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후일담들이
"우리는 386, 암울한 80년대를 온몸으로 헤쳐온 386"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소설은 80년대에 대한 그런 식의 과장은 하지 않는다.
40대는 70년대에 청춘을 보냈고 50대는 60년대에 청춘을 보냈다.
그리고 30대는 80년대에 청춘을 보냈다.
누구를 막론하고, 이유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20대에 터널을 한 번
지나간다. 새는... 은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성장 소설이다.
하지만 10대 소년처럼 고뇌를 통해 새로운 단계로 한 단계 올라서는
결국에는 명랑한, 그런 성장 소설은 아니다.
세파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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