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 쥘 베른 컬렉션 04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4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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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년전의 대중소설을 평하기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의 가치 기준을 들이대고 재미있다 재미없다를 논하기는 아무래도 우습다. 그렇다고 순수문학적으로 어쩌고 저쩌고라고 하기도 그렇다. 역사적인 비판, 사회적인 비판, 아무래도 다 우습다.

다행히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1900년대의, 일반적으로 신문을 사서 읽을만한 서양 사람에 가깝게 동일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이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쥘베른, 을 비롯한 이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들 속에는 씩씩한 개척정신이 담겨있다. 미국인이 쓴 소설이든, 프랑스인이 쓴 소설이든 말이다. 세상에는 헤쳐나가지 못할 어려움이란 없다고 씩씩하게 외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뭐 그 외침이 참이든 거짓이든 간에, 그런 류의 씩씩함은 독자까지 활기차게 만든다. 그래서 8시간만에 세계일주도 가능해질법한 현대지만,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으면 재미가 있고, 그리고 건강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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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기생충 - 엽기의학탐정소설
서민 지음 / 청년의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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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나는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큭큭거리기도 하고, 골때린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엽기발랄이라는 형용사도 나름대로 어울린다. 

2. 전혀 모르지만 흥미있는 소재에 대해 재밌게 쓴 책을 읽고나면, 여행이라도 갔다가 온 기분이 된다. 대통령과 기생충은 그 범주에 넣어줘도 괜찮을만큼 재밌는 이야기다.

3. 이 책의 상상력은 만화적이다. 글도 만화적이다. 만약에 표지에 딴지 총수의 소갯말이 실리지 않았다면, 책을 읽다가 실소를 뿜으며 집어던졌을지도 모른다. (유치하다는 뜻이다. 딴지 총수가 소갯말을 써놨기에, 엽기발랄한 농담 한 권을 읽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책이 처음부터 만화였다면 그다지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만화가 만화같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소설이 만화 같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문서적이 만화같으면 재미가 있다.)

4. 아무튼지 글쓴이의 성의가 느껴지지 않을 때는 높은 점수를 주기 망설여진다. (그리고 그런 책이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속쓰리다. -_-) 소설 중간중간에 맥락없이 나오는 딴지일보 성향의 현실 비평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별 네 개와 세 개 사이를 왔다갔다 했으나 결국 별 세 개로 낙점. 근처 책 대여점에 있다면 빌려서 보라고 권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다. 사서 읽으라고는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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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 SQL Server 2000 - 전문가로 가는 지름길 1 (개발자용)
정원혁 지음 / 대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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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 마디 하자면, 초급과 왕초보는 다릅니다. SQL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분은 초급이 아니라 왕초보이며, 그 분들께는 이 책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소한 SELECT, INSERT, 이런 명령이 뭔지 정도는 알아야, 이 책으로 효율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글을 참 잘 씁니다. 문필가처럼 잘 쓴다는 말이 아닙니다. 엔지니어로서 잘 씁니다. 그의 글은 짧고 간결하며 핵심만 들어있습니다. 지루하지 않고, 장황하지 않습니다. 제가 읽어본 컴퓨터 서적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글솜씨입니다. 그는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강사이지만, 아울러 최고 수준의 Technical Writer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글솜씨에 대해 너무 장황히 이야기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관련 도서를 열 권 이상 읽은 분이라면, 특히나 번역서를 두 권 이상만 읽어본 분이라면 글솜씨가 왜 중요한지를 아실 겁니다. 그 처참한 번역들 사이에서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은 정말 돋보입니다.

내용은 초급에서 중급까지 해당됩니다. Database 개발자와 관리자로서 알아야 할 개념들을 빼놓지 않고 얕게나마 다루었습니다. 또한 여기에 소개된 예제들은 실무 활용도가 높습니다. 저는 DB 전문가가 아니지만 가끔 DB를 쓸 일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심지어는 INSERT 명령 문법을 까먹기도 하고 -_-; UPDATE 문법을 까먹기도 합니다. 조금 복잡하게 JOIN이나 서브쿼리를 쓰기라도 치면, 머리를 싸매야 합니다. 그런 때에도 이 책은 좋은 참고서가 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학하기에는 어렵다는 느낌이 조금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책과 실제 수업 교재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과 함께 www.gtu.co.kr의 온라인 강좌를 함께 공부하면 적절한 조합이 되리라고 봅니다. (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싯가 70만원대의 CTEC 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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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이란 무엇인가
대중문학연구회 지음 / 예림기획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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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에 소개된 이 책을 거금 만 사천원이나 주고 샀다. 아무리 책값이 오르는 추세라지만, 불과 삼백쪽의 책으로는 비싼 감이 있다. 그리고 사놓고서 책의 엄청난 오타에 기가 질려 버렸다. 줄잡아 열쪽에 하나정도는 얼토당토 않은 글자가 있고 - 번역을 본역 이라고 해두었다든지. 스무쪽에 하나 정도는 작가 혹은 작품 이름이 잘 못 되어 있다든지 하며, 기획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각 논문들마다 내용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짜증이 정말 버럭버럭 난다.

개인적으로 육홍타씨의 시장 측면에서 본 한국 무협소설의 역사가 가장 좋았다. 대개의 다른 글들이 무협의 역사를 말할 때는 '1962년 김광주...'로 시작하는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누군가가 요약한 무협의 역사를 재주껏 각색하고 요약하고 한두 꼭지를 첨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육홍타씨의 글은 왜인지 모르지만 터부시되는 무협 작가의 본명 및 속사정, 그리고 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들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 책을 읽다가 '이 필자는 무협 소설에 관한 논문을 쓸 자격은 없지 않은가?' 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이 두엇 있었던 것 같은데, 육홍타씨의 경우 '전문가' 라는 느낌과 함께 '객관적 저널리스트' 라는 느낌을 주는 좋은 글이었다.

이외 조현우씨가 쓴 무협 소설의 흥미 유발 요인 탐색은 나 스스로도 꽤 오래전부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다. 고 김현 선생이 '중산층의 불안...' 이라는 촌평을 쓴 것이 강산이 몇 번 바뀌도록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되지만, 이것은 당시로도 부분적 설명 혹은 '한 입장' 이상이 될 수는 없으며, 더구나 강산이 서너번 바뀐 지금까지도 이 설명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는 평자가 있다면 이것은 불성실한 권위주의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행태라고 생각한다.
조현우씨의 문학적 접근은 무협 소설이 읽히는 이유에 대해 '낯설게 하기' 그리고 신조어인 '낯익게 하기'를 통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조현우씨의 접근으로 놓고 말하자면 불완전한 시론으로 "왜 무협이 읽히는가?" 를 설명했다기보다는 "왜 무협이 안 읽히지 않는가?" 를 설명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즉 설명이 소극적이고 지엽적이며 불완전하다. 아울러 필자의 무협 독서량이 지엽되었거나 많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다. 방법론과 실제로 펼친 논리 전개 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필요하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나름의 생각을 펼쳤다는 자체에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현리씨의 한국 무협 만화의 어제와 오늘. 무협이라는 코드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나 혹은 다른 무협 애호가들이 지나치게 무협 '소설'에만 치중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기실 옛날의 무협 소설은 조금만 수고하면 구할 수가 있는데, 옛날의 무협 만화 혹은 영화는 구하기가 힘들기도 할테지만... 그러나 소설과 만화 및 영화의 관련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80년대 이전 무협 만화의 경우 "정통 무협" 보다 사극 형태의 무협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의 글은, 읽을 때는 재밌지만 읽고나서 까먹었거나, 혹은 읽으면서도 재미없었고 읽고나도 기억이 안 나거나, 혹은 워낙 재미가 없어서 다 읽고서 재미없다는 기억만 남는다. (나로서는 정동보씨의 글 두 꼭지가 그랬다. -_- )

열 꼭지의 글이 들어있는 가운데 세 꼭지가 재밌었으니 타율은 삼할. 야구로 치면 성공이지만 책으로 쳐서는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

글의 내용을 떠나서 이 글의 편집자 및 기획자는 반성해야 한다. '무협은 함부로 씌여진 책이다, 연구될 가치가 없다' 라는 기존의 선입견에 반대하고 진지한 태도를 지니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많은 오타가 있는 책을 낼 수가 없다. 이 책은 최소한 최근 출판되는 무협들보다 훨씬 함부로 편집된 책이다. 교정 직원이 한 번, 무림동 무협 독자가 한 번, 이렇게 두 번만 교정을 보면 십중팔구 고쳐질 수 있는 문제들이다.
(내 기억으로는 역앞에서 파는 어느 여고생의 체험수기 같은 책에도 오타가 이만큼은 없었던 듯 하다.)

각 필자가 별첨한 '무협소설 목록' 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으니 실제로 하나의 일목요연한 도표로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부분까지 바라는 것은 사실 약간 무리일 수도 있다. (아니, 무리는 아니다! 엑셀로 이삼일만 작업하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열 편의 글 중에서 네댓편은 '김광주의 정협지...' 로 시작하는 소스가 같아보이는 요약본을 이야기하는데 한페이지 가량을 할애하고 있다든지 하는 성의없는 기획에는 실망하는 바가 크다. (무협을 이야기하기 위해 한국 무협의 역사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혹은 기획진의 약간의 조정으로 적절하게 편집이 가능하다.) 암튼 이렇게 함부로 씌여진 책의 책값이 만 사천원!

한번 읽어볼만은 한 책이다. 하지만 조금 더 성의있게 출판되어 기분좋게 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던 책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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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사생활
존 스파크스 지음 / 까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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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중서로서 동물의 성생활에 대한 책이 두어 종류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나도 그런 대중서 가운데 한 권을 구입하려는 생각이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비교하면서, 이 책으로 결정지었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은, 생생하고 재미있고 선명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피지의 사진보다 더 낫다는 느낌을 주는 사진도 한둘이 아니다.

단지 흥미 위주로 사실만 기술한 것은 아니다. 저자 자신이 "이기적 유전자"의 생각을 많이 빌어왔다고 하는데, 아무튼 작가의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딱딱하지 않게 기술하고 있다. 내용이 제법 상세하고 논리가 살아있어, 대중서가 아닌 교양서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글씨가 좀 빽빽한 책을 꺼리는 독자라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철학 전문서처럼 빽빽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종이질이 좋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전철에서 흥미 위주로 읽기도 괜찮다. (사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또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숫코끼리의 성기는 무게가 40Kg이라느니, 암모기는 숫모기와 관계를 가진 후 숫모기의 체액을 빨아먹는데, 그러면 숫모기는 말라 비틀어져 죽지만 암모기의 성기만은 꽉 막은 채로 죽는다느니 (그래서 암모기는 다른 숫모기와 관계하지 못한다고 한다)...

교양서인만큼, 확 휘어잡아 처음부터 끝까지 눈길을 휘어잡는 가독성은 없어 별 네개. 하지만 만족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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