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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렛미고 - Never Let Me G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헤일셤, 코티지, 그리고 complete (완성 혹은 죽음)
캐시, 토미, 그리고 루스의 삶은 이 세 단계로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져서, 자신들이 장기를 빼앗기며 살아가는(혹은 죽어가는) 그들의 삶은 더욱 애잔하다. 바닷가 모래 위에 좌초된 배처럼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려 하지도 벗어날 수도 없어 보이는 그들은 기존의 다른 영화의 복제인간처럼 삶을 투쟁하거나 운명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 있는 소중한 것을 깊이 있게 바라본다.
아마도 그들이 성찰하는 삶에서 그들을 의미있게 하는 것은 사랑밖에 없을 것이다.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에서 함께 성장하며 길러진 소중한 감정들은 코티지에서 육체적으로 어긋하며 갈등하지만 결국 죽기전에 사랑으로 끝맺는다. 토미와 루스의 죽음이후, 이제 도너로써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캐시의 나래이션을 통해서 감독은 클론으로 태어나 도너로써의 그들의 짧지만 제한적 삶을 살아야 했지만 적어도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삶은 어떤 인간들의 사람보다 가치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첫번째 생각거리는 너무나 이기적인 사회와 이타적인 그들의 삶이다.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이 자란 기숙학교 헤일셤은 도너로써의 클론들이 길러지는 곳 중에서도 더 특별한 곳이다.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시골에서 넓은 운동장에서 다양한 체육활동과 예술활동을 하는 아이들. 그러나 실제로는 학교바깥으로는 나가서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도 없고, 사회와 접촉이 동떨어져 있다. 토미는 체육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려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해며 위축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헤일셤도 결국은 문을 닫고 도너의 인간성을 배려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클론으로 태어나 모든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서 결국 죽어가는 그들의 이타적인 삶은 이기적인 사회에서 점점 무시되어 지는 것이다. 도너로써의 죽음을 맞이하는 삶을 보살피는 것도 같은 도너(캐어러로 활동한 후 도너가 되어야 하는)들이지 이기적인 사회가 아니다. 루스가 말한 것처럼 그 마저도 세번째 수술이후로는 의식이 있은 채로 모든 것이 적출된 채 버려지는 사실은 이기적인 사회가 도너를 돌보는 것은 장기적출 이외에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을 더욱 강조한다.
이러한 사회의 특성은 클론, 도너와 같은 영화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도 개인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사회의 목적(돈, 경제적 이익, 성공)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이기적인 우리의 사회와 다른 것은 없을 것이다. 도너들은 이기적인 사회에 태어나서 잔인한 숙명으로 희생되어 지는 것이기에 그들의 삶이 이타적이든 아니든 그들의 존재 의미는 사회에서는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중심에는 결국 사랑이 있다. 겉에 보기에는 토미, 캐시, 루스는 삼각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토미와 캐시의 깊은 사랑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루스의 사랑(혹은 질투)은 우리의 일반적인 것과 같이 쉽게 이루어 지는 육체적 사랑과 쟁취, 욕망이지만 캐시와 토미의 사랑은 상대방을 향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통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토미의 육체를 성취해 사랑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루스는 그러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친구의 마음을 배신하고 그들의 사랑을 갈라 놓았다고 자신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만 그녀의 통속성에 가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루스처럼 연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토미와 캐시는 헤일셤에서 부터 서로를 특별하게 이해하고 깊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다. 서로의 특별함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인기있거나 특별히 대단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모습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토미는 캐시가 혹시나 부족한 자신때문에 연장의 기회를 잃게 될까봐 캐시를 떠나지만,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캐시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려 했을 것이다. 10년후에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통한 생의 연장에 꿈꾸는 커플에게 다가온 것은 거짓된 희망이었다. 짧은 재회, 마지막 수술 전에 캐시를 향해서 웃는 얼굴로 떠나가는 토미의 마음이 너무 슬퍼서 아팠다. 토미를 떠나보내고, 적어도 이 생에서 진실한 삶을 만난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캐시의 담담함이 이 영화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도너로써 태어나 죽어가는 우리들은 당신들보다 더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사랑을 하며 생을 살았다.
우리로 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 살아가는 당신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구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회 속에서 누군가에서 무엇을 빼앗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얼마나 가졌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가졌는지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뒤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