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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성경책처럼 앞부분만 여러 차례 읽다가 말았다. 그렇게 읽다가 말기를 반복하다가 그냥 팔아버릴까도 했지만 노벨상을 받았다는데 그리고 내 돈 주고 샀는데 아까워서 그렇게 다시 책장에 꽂아둔 채 몇년이 더 흘렀다. 그러다 올해 NHK에서 (90분짜리) 드라마로 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마무라역에 내가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가 캐스팅 되었다고 해서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하고선 두시간을 붙잡고 씨름을 한 끝에 나도 마침내 설국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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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은 곤욕이었다. 재미가 없다. 문학작품에서 오락성을 찾겠다는건 아니지만 이야기에 잡아 끄는 힘이 없어서 뒷내용이 도무지 궁금해지지가 않았다. 애초에 노벨상을 받은 작품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못 읽었을 것이다. 그런 상까지는 받을 자격이 없는 작품이라고 혹평을 하는건 아니고 다만 내가 읽으면서 굉장하다고 느꼈던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제치고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거야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했다. 노벨문학상의 기준이 뭐길래?! 하고 찾다가 얼핏 보니 노벨상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주는 거라고. 나쓰메 소세키는 너무 이른 시대의 작가였고,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동시대 이름을 떨친 작가들은 모두 1968년 이전에 죽어버려서 이들 사이에는 사실상 경쟁구도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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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재미를 떠나서 스토리 자체도 좀 불편하다. 가정이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에 두는 이야기다. 그것도 둘 씩이나. 고마코의 경우에는 여자 쪽에서 더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열아홉살밖에 안 된 어린 여자가 한 번 본 남자를 그것도 유부남을 가지고 그렇게 보자마자 안달을 할 일인가. 그리고 시마무라는 그런 고마코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도쿄로 그냥 떠나버리질 않나, 다시 돌아와서는 (그녀와 다른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연적인) 또다른 여자 요코에게 눈길을 보내질 않나, 이건 뭐 그냥 작가의 개인적인 판타지 충족 아닌가? 깊게 파고들면 ˝허무˝가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그냥 문학으로 멋있게 포장한 니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로 밖에 안보인다. 허무에 빠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꼭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나 싶고, 왜 하필 헛수고는 여자인 고마코나 요코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시대가 시대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 번 더 정독을 해서 노벨상을 준 사람들이 느꼈을 이 작품의 숨은 묘미를 알고 싶은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는다.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를 재밌게 읽으면서도 이런 불편함을 느꼈는데 ‘시‘대차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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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주는 시각적인 요소에서 오는 매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책보다는 드라마를 더 인상깊게 봤다. 물론 내가 먼저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미지가 드라마 화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로 덮어씌어지고 마는 부작용도 생기지만 니이가타 지방에 가 본 적이 없는 나는 실제로 눈 덮인 산골의 여관이나 기차역이 주는 풍경이 제대로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아 드라마로 보고 나서야 소설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작가 말고 연출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대신 시나리오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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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코의 전부가 시마무라에게 전해져 오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코에게는 시마무라의 그 무엇도 전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시마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가슴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133 - 134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