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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소소하달 수도 시시하달 수도. 하지만 훈훈한 이야기.
"회사원들도 힘들구나." 재훈이 애늙은이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 뭘 해도 힘드니까 최대한 하고 싶은 걸 하며 힘든 게 낫잖아." - P12
그나마 작은아버지는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고 가정을 지켜낼 수 있었는데, 언젠가 사업이 잘되면 또 모를 일이었다. - P19
"그냥 이제 이혼하면 안 돼? 우리가 엄마 생활비 줄 수 있어. 제발 이혼해, 엄마."
엄마의 인생은 어느 시점부터 고정되어 버렸고, 엄마를 구하기에 너무 늦어버렸다는 걸 큰딸들은 대체로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 P23
울음을 그칠 기미가 없는 엄마를 내려주고 대전으로 돌아가며 재인은 생각했다. 이십대 내내 가장 힘들게 배운 것은 불안을 숨기는 법이었다고 말이다. 불안을 들키면 사람들이 도망간다. 불안하다고 해서 사방팔방에 자기 불안을 던져서는 진짜어른이 될 수 없다. 가방 안에서도 쏟아지지 않는 텀블러처럼 꽉 다물어야 한다. - P24
세사람은 각자 자기가 구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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