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일 01시. 국회 본회의장 앞. 곧 노동관계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 통과될 상황이다. 

표로도, 물리력으로도 막아낼 수 없는 상황. 피곤과 분노와 체념과 짜증이 섞인 사람들의 표정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국민 여러분 깨어나십시오~" 라며 새해 벽두 노동법 날치기 사실을 국민들이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고,
권영길, 이정희 의원은 눈물로 의원들의 양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금배지를 지켜내기 위해, 양심을 닫고,
모두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것에 한표를 던졌다.  

이 표결로 인해, 앞으로 우리들의 노동조건은 어떻게 후퇴하게 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로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될 것이고, 산별교섭이 인정되지 않아 기업별 선택받은 몇몇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조들만 교섭권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답답했던 것은 예산 날치기.  

예결특위가 아니라, 한나라당 의총장에서 대한민국 예산이 통과되는 것도,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노동관계법을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쓰며 본회의에 직권상정시킨 것도,
더이상 어떤 것도 충격적이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   

이대로라면 법도 무슨 필요가 있을까. 말도 안되는 개똥해석을 늘어놓으며, 합법적으로 진행했다며 목청을 올릴 것이 뻔한데, 무엇보다 이 사실에 대해 보수언론은 한마디 토를 달지 않고,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인데.....

예산 심의를 하느라,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가며, 헛웃음이 나왔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두고, 각 상임위별 예산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원실 요구안을 만들고,
상임위 전체회의에 제출하고, 
상임위 예산소위를 통해 예산 한건 한건에 대해 심의를 거치느라,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가. 행정부를 비롯해 예산 관계자들은 의원실 문턱이 닳을 정도로 드나들었고, 

상임위 안을 만들기 위해 종일 회의를 몇차레...합의가 되지 않아 오고갔던 고성들..

상임위에서 합의된 예산안은 다시 예결특위로 넘겨졌고.... 

하지만, 작년에 그랬던 것 처럼,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날라가 버렸다.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마련한 예산안을 한나라당 의총장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예결특위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점거농성중이었다) 

12월 31일. 7시부터 시작된 한나라당의 대단한 추진력은 하루만에 모두 통과됐다.
무소불위 한나라당. 맘만 먹으면 안될 것이 없다는 추세다.    

올해에도 이같은 일을 계속 반복해야 할까? 그것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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