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남편과 아이들 손을 잡고,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장례가 끝났음에도, 역시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았더라.
걸어가야한다는 경찰의 안내에... 아이들 핑게를 대며, 내리지 않고, 바로 차를 돌려나오겠다고 하고선, 노무현 대통령이 손녀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줬다던 그 마트쯤 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래서 한 200미터 걸었나? 

아이들은 그저 길 양쪽으로 빼곡히 차 있는 만장 사이로, 차가 다니지 않는 2차선 도로를 신나게 활보하며 달리더라. 남편과 난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서 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를 보며, 또 잠시 말이 없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와 부엉이 바위 아래에 서서 마을을 둘러보았다.
노후를 생각하며 이 마을에 터를 잡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 봤다.
티비에서 본 것 보다 훨씬 더 깡촌... 제대로 된 점빵(수퍼를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하나 없는 기막힌 깡촌이더만... 다른 생각보다 1주일 넘게 여기서 진을 치고 있었을 기자들이며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먹고 자고 했을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까지.. 이것 저것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장례식날 서울역 광장 노제를 마치고,
이모님 칠순과 남매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부산을 내려 오면서...
이제 마음도 지쳐가는지,
슬픔도 슬슬 뱀꼬리 처럼 땅속으로 땅속으로.... 빠져들고 이제 시니컬한 기분으로 마감되고 있는 건 또 무슨이유인지 당황스럽다.  

서울역 광장에 모인 인파들.. 2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던 그 사람들...
지금도 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고하고,
슬슬 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을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누워서 인터넷을 하는 나에게 남편 왈 "세상이 좀 바뀔 것 같애?" 

난 "아니"로 답했다. 

총 맞을 소리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다시 운집했음에도,
사실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지 못하는 내 마음은 문제일까? 

당장 6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희망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내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힘을
우리 국민들의 국민성을 과소평가 했음을 반성하는
7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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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9-06-0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끝없이 '아니'라고 대답하고..'아니야..'라고 스스로 반박하는 중임다. 이짓을 얼마나 더 해야할지 모르겟지만... 그래도 늘 '아니야' 라고 다시 출발선에 서렵니다. 아참..박모씨도 그 깡촌서 일주일을 버티다 왔어요. 어디서 먹고잤는지 물어볼까요..ㅋ

바이런 2009-06-0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그래도 희망을 말해주시지 그러셨어요.. ㅜㅜ '아니' 라는 말이 참.. 슬프네요..

섣달보름 2009-06-0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하에 계셨었군요.
ㅎㅎㅎ 팀장이며 기자며 모두 집행부 출신. 멀리 도망 못가고 두 민실위간사가 위원장님 밑에서 한팀으로 일했다는 말이군요. ㅎㅎㅎ
그나저나 고생 많으셨겠어요. 그 깡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