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생활 교과서 - 터 잡기.오두막 짓기.취수와 정수.난방과 화로.도구 사용과 관리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오우치 마사노부 지음, 김정환 옮김 / 보누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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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동안 돌을 쌓았는데, 담은 아니고 집 앞쪽 뜬 부분을 돌로 메우며 쌓은 것이다. 길이가 대략 7-8미터에 높이가 1미터, 두께 약 50-60센티미터 정도 된다. 쌓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왜냐면 그부분이 흙으로 덧붙인 곳이라 지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기초까지 파서 쌓기에는 도저히 여력이 되지 않아 쇠말뚝을 박아 다지며 쌓았는데 완벽한 공사라 하긴 힘들고 만약 무너져 내린다면(그런일이 생기면 안되지만!)기초부터 다시 제대로 쌓아야만 한다.
돌 담을 제대로 쌓아야만 하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짚옆쪽이 높은 땅과 경계인데 돌과 흙으로 대충 비스듬히 다듬기만 한 상태라 흙이 흘러내리고 풀도 많이 자란다. 이곳은 길이 약 30미터에 높이는 1미터 50 정도이다. 기존 흙벽이 있는 상태라 그 벽을 깍아내면서 돌로 쌓아야 하는 작업이다.
그 작업을 위해서 자료를 찾다 김성원 <시골, 돈보다 기술>을 먼저 살펴 보았다. 돌쌓기 부분이 두 세장 있는데, 아무래도 지은이가 직접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건 아니고 일반적인 방법론을 기술한 정도 이다. 그러다 발견 한 것이 이 책인데 돌쌓는 장을 살펴보니 딱 내가 하려는 그것과 꼭 맞는 것이다. 지은이는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매우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이 압권이다. 그 방법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망라돼있다. 준비물은 물론 돌깨는 방법 등. 솔직히 이런 식?의 책내기는 일본을 못따라간다. 한국만이 아니다. 아무래도 일본이 한국보단 인구도 많고 땅덩이도 크고...뭐 딱 꼬집어 이유를 댈순 없지만 이건 일본만의 특색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측도 있고 별거 아니라 여기는 측도 있다. 나로쏜 매우 유용하게 여겨지니 그것으로 고마울 뿐이다.
내 경험으론 이것은 결국 끈기와 인내의 싸움이다. 시간을 정해 놓고 꾸준히 하는 방법이 왕도이다. 여하튼 겨울에 작업을 시작할테다. 한 두어달이면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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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자전 <수인 1.2>와 조선희 소설 <세 여자 1.2>를 연달아 봤다.
황석영 자전은 비교적 담담하게 읽혔는데 기저에 깔린 정서가 내내 쓸쓸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그의 별명에 걸맞는 기막힌 이야기들이 꽤 나온다. 특히 6년 동안 경험한 감옥생활에서 그런게 많다. 이책은 제목대로 감옥생활에 방점이 찍혀 있는듯 하지만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거쳐 작가등단, 베트남전 체험 등 자서전이라 불릴만한데 제목을 수인이라 한걸 보면 아무래도 본격적인 자서전은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사 중에서 특히 부인들과 관련된 얘기들에서 작가의 회한이 유독하다. 첫번째 부인 이었던 홍희담의 단편 <깃발>은 내가 읽은 광주항쟁에 관한 가장뛰어난 소설이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칠십후반인 작가는 당분간 쭈욱 팔팔하게 쓰겠다 싶다.

조선희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 사이가 매끄럽다. 그것은 어쩌면 완벽하다 느껴졌는데 그만큼 작가의 자료파악과 재배치, 그로부터 파생, 승화시키는 소설적 역량이 정점을 찍고 있지 않나 싶다. 3.1운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조선공산당사의 완벽한 재현이며 일제 치하 항일운동의 대략적인 개요가 뚜렷이 각인된다. 특히 허정숙의 생애는 거의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녀가 죽기 몇달전 만나본 사람의 입을 빌린 서술은 압권이다. 그녀는 숙청된 연안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세죽과 고명자는 많이 애잔했다. 슬픈 역사라는 생각밖엔 안든다.
여러 부분에서 많이 공감되었다. 박헌영의 어떤 쓸쓸함, 김일성의 친화력, 여운형 초월적 행태 등이 그동안 내가 나름 느꼈던 인상들과 엇비슷했다. 작가의 또다른 소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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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 - 전 노동당 고위간부가 겪은 건국 비화 박병엽 증언록 1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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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 엮은이들(유영구,정창현)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지레짐작할 만큼 박병엽의 구술은 세밀하면서 풍부하다.
엮은이들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아쉽긴 하지만, 서문에서 '비상한 기억력'이라한 엮은이의 언술을 전적으로 믿을수 밖에 없기엔 너무도 뛰어난 기억력이다. 이렇게 자꾸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박병엽의 구술)도저히 믿을수 없을 만치 세밀하다는데 있다.
이 책은 소련군의 북한 진주(1945년 8월)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포를 공식화한 1948년 9월 9일 까지를 기술하고 있다. 가급적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행간에 묻어 있는게 느껴지긴 하지만 때로 김일성 중심에서 한 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하다는 어떤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느낌은 일부러 그러는지와 아니면 김일성이 당시엔 뛰어난 위인이라 그런지 하는데서 과연 어느 쪽인지 구분할수 없는 느낌이다. 여하튼 찬양일색은 아니다. 하지만 남로당에 대한 기술 부분은 비판 일색이다. 그것이 완곡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교묘한 비판인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남로당은 실패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이 많은건 당연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비판일색 인건 좀 너무 했다. 아니, 어쩌면 모종의 음모가 느껴질 정도로 심하다.
여하튼 다른 자료들도 더 들여다봐야 어느 정도 생각의 갈래가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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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 - 전 노동당 고위간부가 본 비밀회동 박병엽 증언록 2
박병엽 지음, 유영구.정창현 엮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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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은 돌아가신 박병엽이란 분이 북한 정부에서 관리로 있을때 본 자료들을 바탕으로 그의 ‘비상한 기억‘(편저자의 표현)에 기반한 구술을 글로 엮었다.
진위 여부를 따질 계제는 아니지만(당연히 능력도 안되고 한다면 관련 연구자들이 해야할 일이란 생각)구술에 기반했다고 몽땅 거짓이나 오류로 치부할만한 글은 아닌것 같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가 본 원자료의 그것을 따져야 겠으나 그것은 매우 지난한 일일테다.
2. 여하튼 ‘비상한 기억‘이라고 한 이유가 그냥하는 말이 분명 아님을 한 페이지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원자료가 북한의 그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북한입장을 대변하는 쪽으로 주장이나 평가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로당 숙청(박헌영,이승엽의 미국, 일본 간첩활동과 체제전복 사건)에 대해서 나름 세세한 사건 전개 과정을 밝히지만 결국 북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몇가지 사료를 추가 증거로 내밀고 있긴 하다)
해방전후 박헌영과 여운형을 중심으로한 얘기들에 흥미를 가질만한 부분들은 있다. 아, 김일성은 시종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판단력을 겸비한 인물로 그려진다.
3. 덤으로 북한 초대 교육상인 백남운과 부수상 홍명희의 월북 과정을 엿 볼수 있다. 여하튼 북한으로 많이 올라가긴했다. 반대로 남한으로도 많이 내려 오기도 하고. 남한으로 내려온 세력에 대한 책으론 근자에 나온 <대한민국의 설계자들>(느티나무책방/김건우)에서 꽤 소개되고 있다.
여하튼 ‘구술‘ 이라는 방식으로 해방전후 남북 권력암투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사진 자료는 괜찮은 편 같다. 생전 처음보는 옛사진들은 흥미로웠다.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과 대화가 시작 됐다. 한반도 미래는 남북이 어떻게 결합되느냐에 명운이 달렸다고 생각하기에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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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느낀 몇 가지. 조 원장이 왜 그토록 한센병환자들에 헌신하게 되었는지 하는 어쩌면 구차한 이유가 안나와서 좀 의아했다. 더구나 그는 어떤 ‘종교‘도 갖지 않았다. 하긴 진화론(심리학)같은데서 보면 이타적 행동에 대한 어떤 ‘이유‘는 대개 없다. 생존에 유리하니까 그렇다는 답도 있지만 아무~이유없이 그렇다는 경우가 대부분 이란다.
여하튼 원장의 사적 일화가(일부러 최대한 배제했는지 모르겠으나) 배경이나 전개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 좀 의아했고 나중엔 뜨악했다.
다음 의문은 보건과장에 대한 것이다. 보건과장인 이성욱이 섬에서 나간 다음 몇년후 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중 한 통은 그가 섬에서 나갈때 원장에게 주려고 했지만 끝내 안준 것이다. 그때 그는 옷을 다 벗어놓고 헤엄쳐 갔는데 편지를 어디에 어떻게 숨겨 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보건과장이 소록도 한센병원과 속 깊은 인연이라도 있는듯한 암시를 느꼈는데 결국,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의문은 그냥 쓰잘데기 없는 것이고, 보건과장의 문제의식은 참 치열하다. 치열하긴 하지만 그는 너무 소심한 사람이었다. 자기 고민을 굉장한 지점까지 밀어부친 점은 대단하다 느꼈는데 결국, 중요한 지점, 마지막 지점 이라고 생각하는 정치문제에 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점을 보곤 그렇게 느꼈다. 하긴 군복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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