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로 겨울에 좀더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오전내 흐릿하긴 했는데 오후되면서 그야말로 스산해지는 날씨다. 눈발이라도 날리면 첨화 겠는데, 아직이다. 몇 권 빌려다 봤다. 생각나는대로 끄적인다.

[노동자의 이름으로](이인휘/삶창)
주된 배경은 1980년 말부터 90년 초, 중반까지의 ‘현대자동차‘ 이다. 달리말하면 ‘현대자동차 노조‘ 얘기가 주다. 아울러 당시 울산지역 노동운동(현대중공업이나 현총련 정도)얘기가 곁들여 진다. 그러니까 치고박고 싸우는 얘기가 주다. 근데 이 싸움은 매번 치열한 것이 아니고 아니, 대부분 허무하게 끝나는거 투성이다.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매우 솔직하고 작가의 깊은 고뇌도 엿보이긴하다.
여하튼 현대차노조의 싸움과정에서 몇몇 불행한 일(후대에 ‘열사‘라 명명되는)들이 발생하고 거기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주인공이 있다. 현재로 돌아와 주인공의 아들도 비정규직으로 싸움을 하고 있고 그 아들과의 화해(와 문제해결)는 지금과 미래의 몫으로 남겨두면서 소설은 끝난다. 헌데 과연 그 과제는 작금 또는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건 어렵다는 생각이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좀 쓸쓸하다는 생각인데 헛된 희망을 품느니 오히려 쓸쓸한게 낫다고 보는편 이기때문에 그것도 그렇게 나쁜건 아닌것 같다.

[꾿빠이, 이상](김연수/문학동네/2001)
소위 요절한 천재 김해경 또는 이상에 대한 얘기다.
이상은 아무래도 ‘27클럽‘의 상석에 자리하는 인물일 터이다. 여러 이유로 죽음과 그후의 일들이 시원찮은 구석이 많음으로 후세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수밖에 없겠다. 이 소설은 작가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겠는데 더구나 그렇다면 작심하고 덤벼들어 매우 공들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이상전집]을 뒤적이며 몇 개 찾아본건 이책 덕분.
김연수 작가는 두번째 보는 장편인데 시대물만 두 편을 봤으니 이제 현대물로다 몇 편 더 보고 싶다.

[취미 있는 인생](마루야마 겐지/바다출판사)
마루야마 선생의 취미(딱히 취미라기 보다는 그냥 일상사)인 낚시, 산악 오토바이/자동차 타기, 음악감상 등에 대한 잡다한 얘기들이다.
그 원리를 깨치지 못해(아마도 ‘두눈‘개념 인듯)
결국 바둑은 취미로 가질수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좀 갸웃했다. 바둑이 그정도로 어렵진 않을듯 한데 사람 일이란 모르고 예외는 얼마든지 있는 법이긴 하다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여하튼 결국 문학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경쾌하면서 때로는 비장하게(모골이 약간 송연해지듯)묘사하는 선생의 글 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소설도 좀 읽어봐야지 하면서 도통 못하고 있다. 단편 몇 개는 봤는데 나한텐 좀 안맞는것 같았다. 장편은 어떨까.

[인천상륙작전](윤태호/한겨레출판)
윤태호 작가는 스토리 라인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작화가 영 아니다. 그림이 너무 따라가지 못하는데 아마 ‘이끼‘ 때부터지 싶다. 이유야 있겠다만 이 만화도 그림이 영 아니다. 한 페이지 안에서도 같은 인물이 다르게 그려져있고 배경들도 겹치는게 많으니 아무래도 읽고 보는 맛이 떨어질수 밖에.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 대한 꽤 공들인 얘기들이 보이긴 한다. 새로운 문제제기들을 좀 알게 되었는데 아직 논쟁 중이거나 문제제기 수준인 부분들임으로 아무래도 곧이 곧대로 받아드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싶다. 철저한 고증과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일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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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 사계절 1318 문고 18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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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트 어웨이‘ 보다 한 열 배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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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장편은 처음이다. 단편도 기억에 없는데(오래전 한, 두편은 읽었을 것 같긴하다)
근데 이 책을 손에든 이유는 1930년대 항일투쟁시기 ‘민생단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뭘 기대했냐면 민생단 사건이 좀 자세히 다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관련 단행본을 별도로 봐야하지 싶다.
이 소설은 뭐랄까, 비유가 넘친달까(어쩌면 현학도), 너무 문학적인 면에 집중했달까(그럼 소설이 뭐에 집중하노?) 애매모호가 넘친달까, 그정도.
문장이 꽤 공들였다는 느낌인데 그게 너무 기교를 부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김연수 장편은 한 두편 더 읽고 싶긴 하다. 많이 읽히는 작가는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아직은 있어서다.

*책 말미에 ‘송어들 처럼 힘이 넘치는...‘ 이란 표현이 세 번이나 나와서 의아했다.(이정희의 편지엔 두 번 나옴) 이 표현이 당시에 나올수? 있는 표현인지? 당시 송어가 흔했나? 작가가 송어를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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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대한민국 스토리DNA 16
전상국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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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대표단편들과 중편 하나를 스스로 추린 책이라는 작가의 말을 참조하여 발표 순으로 읽었다. 1963년의 등단작 부터 2002년 발표작까지 총 아홉편이다.
전상국 작가의 경우 기억에 읽은 작품이 없었다. 혹 몇 편 읽었어도 어쩌면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 없을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안읽은게 맞는것 같다.
여하튼 이 책으로 작가의 대표작을 일별하게 되어 조금 우쭐해졌다. 한국에 소설가는 매우 많은것 같다. 또는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소설이 너무 많기도 하겠다. 어느 세월에 다 읽어 보겠느냐는 조급증이 일기도 하지만 야금야금 골라 읽는 재미 쪽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이 선집에선 특히 중편 <아베의 가족>이 인상에 남았다. 한국 전쟁이 초래한 한 가족의 비극과 그로부터 파생된 아픔의 치유과정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장편도 읽고 싶어졌는데 언제 그럴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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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
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씨가 북한을 탈출한 동기가 크게 절박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책에선 두 아들을 위한 결단이 주된 이유로 나오는데, 자식에 대한 애정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뭔가 책으로 밝히긴 힘든 다른 이유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3층 서기실은 결국 북한 최고 권력자의 비서실격인데 저자가 그곳에서 직접 근무한 것도 아니고 단편적인 경험이 스치듯 다뤄진 부분이 대부분이다. 다만 김정철 관련한 일화는 본인이 직접 경험한 바를 기술한 것이기도해서 흥미롭게 읽긴했는데 아무래도 서기실에 대한 정보나 묘사는 부족하지 싶다.
어쨌든 태영호씨가 몇몇 탈북자들이 괴상한 방법으로 남한에서 정체성을 세우는 짓과는 다른 길을 가며 남한 정착을 잘했으면 싶다.

유승도<산에 사는 사람은 산이 되고>

책에 나오는 일화 중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지은이가 이웃주민과 다툼에서 도끼를 들고 나섰던 일이다. 그 이웃주민이 매우 나쁜 사람임에 틀림없어 보이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지은이의 자세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 하다고 느꼈다. 참고로 지은이는 시인이다.
참 잘 사는 사람 같다.(꼭 도끼를 들어서 그런건 아님.)

이문열 <시인>
가끔 본가를 갔을때 아주 오래전 책을 뒤적이다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전 하루 다녀오면서 읽었다. 이건 개정되기 전판본이다. 9판 이라고 본것 같다.
김삿갓(김병연) 일대기를 1장부터 34장까지 나열하여 쓰고 있는데 여하튼 술술 잘 넘어간다.
결국 김삿갓에 대해 당시 시대상황을 적절히 대입하여 해석하는 소설이다. 매우 정치적인 소설로 읽혔는데 이문열씨는 재밌게 쓰는데는 발군의 재능을 갖추고 있는건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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