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자전 <수인 1.2>와 조선희 소설 <세 여자 1.2>를 연달아 봤다.
황석영 자전은 비교적 담담하게 읽혔는데 기저에 깔린 정서가 내내 쓸쓸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그의 별명에 걸맞는 기막힌 이야기들이 꽤 나온다. 특히 6년 동안 경험한 감옥생활에서 그런게 많다. 이책은 제목대로 감옥생활에 방점이 찍혀 있는듯 하지만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거쳐 작가등단, 베트남전 체험 등 자서전이라 불릴만한데 제목을 수인이라 한걸 보면 아무래도 본격적인 자서전은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사 중에서 특히 부인들과 관련된 얘기들에서 작가의 회한이 유독하다. 첫번째 부인 이었던 홍희담의 단편 <깃발>은 내가 읽은 광주항쟁에 관한 가장뛰어난 소설이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칠십후반인 작가는 당분간 쭈욱 팔팔하게 쓰겠다 싶다.

조선희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 사이가 매끄럽다. 그것은 어쩌면 완벽하다 느껴졌는데 그만큼 작가의 자료파악과 재배치, 그로부터 파생, 승화시키는 소설적 역량이 정점을 찍고 있지 않나 싶다. 3.1운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조선공산당사의 완벽한 재현이며 일제 치하 항일운동의 대략적인 개요가 뚜렷이 각인된다. 특히 허정숙의 생애는 거의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녀가 죽기 몇달전 만나본 사람의 입을 빌린 서술은 압권이다. 그녀는 숙청된 연안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세죽과 고명자는 많이 애잔했다. 슬픈 역사라는 생각밖엔 안든다.
여러 부분에서 많이 공감되었다. 박헌영의 어떤 쓸쓸함, 김일성의 친화력, 여운형 초월적 행태 등이 그동안 내가 나름 느꼈던 인상들과 엇비슷했다. 작가의 또다른 소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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