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변화를 받아드려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나의 인생에 촛점을 맞추자면 이런 변화가 앞으로 여러 차례 있겠지. 이전에 있었던 것처럼......" 다른 점이 있다면, 성장과 성숙을 위한 변화를 경험했다면 앞으로는 - 물론 지금을 포함해서 - 늙어감과 노쇠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고 그것은 좀 우울함을 동반할 수용과정이 될 것이다.

  예전같지 않다. 일을 해도 쉬어봐도... 휴식후의 개운함이 없고 일의 지속성도 없고 일과 휴식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자리에서는 나이듦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할 시점인 듯 싶다. 온종일 취한 듯이 거의 잠으로 지내고 나서도 무릎이 시큰거리고 허리는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삭신이 아픈 듯한 느낌이 건강을 염려하고 걱정하게 하였다.

  이젠 정말 늙어가는 가 보다. (2005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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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 전집 - 수정증보판
이상경 엮음 / 소명출판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반성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문학을 꿈꾸었던 문학소녀의 몫밖엔 문학을 사랑하는 배경이 없는 빈약함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섭렵했다고 자부했었는데, 강경애란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것도 박노자의 책에서 말이다. ( '9장 여성운동 백 년의 딜레마' 중, "인간문제"의 인용구로 설명을 하는 207쪽 )

  주변에 수소문해보니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아마도 나의 우리 문학 읽기는 해금 이전에서 멈추어 선게 아닌가 싶다. 그 후로는 신인작가의 작품이나 수상작 위주로 책읽기가 진행된 것 아닌지... 구차스런 변명을 하자면 그렇게 설명이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고 반성도 많이 하면서 전집에 수록된 첫 작품 '어머니와 딸'을 읽었다. 옥이의 의식개혁이랄까 하는 부분이 좀 꺼끄럽다. 1930년대의 작품임을 염두에 두면서 인간문제를 펴고 있는 중이다. (20050708)

  대표작 "인간문제"(1934)는 대표자가 다운 구석이 많다. 193 0년대 작품같은 느낌이 적다. 덕호의 딸이며 병약하고 신지식의 물을 맛본 신여성 옥점이와 그녀가 좋아하는 지식인 청년 신철이, 덕호로부터 유린을  당하고 대처로 나가 계급의식에 눈뜬 간난이와 여주인공 선비, 선비를 사랑하며 한동네서 자랐던 무산자계급의 첫째, 면장노릇을 하면서 봉건지주의 악습을 골고루 갖춘 덕호, 찌들린 가난속에서 아들을 교육시킴으로 신분상승을 꾀하는 신철의 아버지 그리고 그밖의 군소인물들을 비슷한 톤으로 그려놓아서 많은 갈등과 긴장의 구조가 삶의 일부처럼 늘상 일어나는 일같이 묘사되어 있었다. 단행본인 강경애전집의 135쪽에서 413쪽을 차지하는 250여쪽의 분량이면 짧은 내용이 아니다. 내용구성에 있어서도 고향인 용연동네에서 가족을 잃고 마을 유지인 덕호네 집에서 일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며 정조를 유린당한 뒤 서울로 간난일 찾아갔다가 인천의 방적공장에 들어가 노동착취를 당하고 폐병으로 남긴 것 없이 시커먼 뭉치가 되어 사라진 선비와 선비에 대한 일방적 그리움으로 인하여 가볍고 허영기 많은 옥점일 선택하지 않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투옥후 전향한 지식청년 신철의 좌절하고 부서진 삶의 편린들은 우리 역사의 일면을 아프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선택할 길이 하나밖에 없는 노동자 첫째의 생각으로 결말을 맺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째는 불불떨었다. 이렇게 무섭게 첫째 앞에 나타나 보이는 선비의 시체는 차츰 시커먼 뭉치가 되어 그의 앞에 칵 가로질리는 것을 그는 눈이 뚫어져라 하고 바라보았다.      이 시커먼 뭉치! 이 뭉치는 점점 크게 확대되어 가지고 그의 앞을 캄캄하게 하였다. 아니, 인간이 걸어가는 앞길에 가로질리는 이 뭉치......      시커먼 이 뭉치, 이 뭉치야말로 인간의 근본 문제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 인간 문제! 무엇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몇천만년을 두고 싸워왔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였다. 앞으로 이 문제는 첫째와 같이 험상궂은 길을 걸어왔고 또 걷고 있는 그러한 수많은 인간들이 굳게 뭉침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동아일보, 1934.8.1 - 12.22 ; 인간문제, 노동신문사, 1949)

  뇌리에 남는 이 구절은 제 2부에 수록된  '파금' '축구전' '원고료 이백원' '소금' 등의 작품 속에서도 살아 움직였다. 겸손하게 우리 작품을 살피고 주의깊게 읽어볼 일이다. 한번 눈길을 준 것으로 작품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허영은 옥점이가 갖는 허영만큼이나 가볍고 구토증을 일으킨다.  (200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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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의 변화란 인생에 참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치?

작은 변화들로 인하여 우리 삶이 이토록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일찍 정기휴가를 써버리는 게 아닐까 염려스러웠는데 재성, 재우랑 좋은 시간들을 갖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 보기 좋더라. 추억을 회상하는 순간순간들도 역시 의미가 있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일까? 오랫만에 만나도 편안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앞으로 겪는 어떤 어려움들도 이런 경험과 나눔의 기억들이 버팀목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간 고생많이 했고, 또 네 존재로 인해 기쁨과 행복함을 느꼈던 모든 추억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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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것들에 대한 시도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말 등에 내가 올라타고 말이 걸어가는 동안 허공을 응시하며 참았다는 것이다. 계획한 것들은 많았는데 돌이켜 보니 이룬 게 없다. 씁쓸함 - 그래도 아프지 않고 또 탈없이 이만큼 생활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먼저 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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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으면서 받았던 뜨거운 충격은 그의 책들을 골라 사놓게 했다. 어쩜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을 그리 잘 보는 것일까? 한국을 한순간도 떠난 적이 없이 이땅에서 뭉기적 거리며 살아온 나는 현재의 내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과거 속에 은닉한 채로 현재적 삶에 대해 알고자 꿈꾸지 않는 지도 모른다. 우리가 갖고 있는 패거리 문화, 집단 주의 속에 함몰되는 개인 등등을 그의 따가운 글들을 통해서 바라보며 애정이 휘두르는 채찍으로 인하여 얼마나 아팠던지..... " 이 책은 오랫동안 사놓고도 읽지 못한 책이 되었다. 많은 칼럼이나 그의 짧은 글들이 주는 깊은 시사점을 소름이 끼치도록 느껴가면서 박노자를 만나서 육성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열망을 안고 있다. 이 책은 그를 만나기 위한 인사쯤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개인으로서의 '나'가 소중하다고 외치면서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우리 속에 - 그건 국민이든 민족이든 혹은 그보다 작은 집단이든 - 쉽게 젖어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다.어쩌면 머리로는 개인주의를 지향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따뜻함을 이유로 우리에 속해있기를 열망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박노자의 지적대로 한국 근현대사의 백년을 지나오면서 알게 모르게 얻게된 오랜 습성은 아닐른지....?

  거의 한달만에 이어서 적는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장엄하게 펼쳐지고 해방공간으로부터 사람의 한평생이랄 수 있는 긴 시간이 지난 우리의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내 작업의 하나로 이 책 읽기를 마쳤다. 그 사이 인상깊은 강연회에 참석해 박노자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사인도 받고 질문과 답도 듣고.... 참 매력적인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꼼꼼하게 찬찬히 해부하고 증거를 제시하는 그의 놀랄만한 능력에 감복하기도 하였고, 이쪽과 저쪽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 나름대로 해석도 해보았다. 그의 지향점은 개인주의에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며 전체주의는 민족이든 국가든 국민이든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된다. 추천의 글을 대신하여 고려대 역사학과 교수 조광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의 글들은 한 마디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특히 우리 안의 타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일깨우려는 목탁소리이다. 그는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폭력적 논리들이 갖고 있는 이념적 근거를 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정리하고자 한다. 그는 우리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서 우리의 역사적 사건을 일본어나 중국 그리고 서양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연구방법론이나 독특한 글쓰기는 역사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이며, 대중화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가 말해왔듯이 근대 이래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이라면 애증의 대상이었다. 박노자는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다. 그가 외국인이 아니라는 말은 이제 감정적 애증의 대상이나 호기심의 표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도 우리와 함께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될 터이고 더욱 부대끼게 될 것이다. 이 부대낌을 통해서 우리의 건강함을 지켜나가기 위한 그의 고민은 더욱 성숙되어 좋은 결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에 그가 더욱 눈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치우침도 우리의 구체적 현실 안에서 더욱 분명해 질 수 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은 하나지만, 그것을 살피고 판단하는 관점은 보는 눈만큼 많고 다양하다. 나는 그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을 아직은 즐겨한다. 곁에서 읽고 생각할 책들이 많다는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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