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 전10권 세트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은 주로 대하소설을 많이 읽는 셈이다. 최명희의 혼불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10권짜리의 대하소설이라서 읽기 시작하였다. 시대적 상황도 구한말 부터 식민지 시대의 우리 역사의 치열함이 속속 드러나는 시기이고, 인물의 구성도 가야산 줄기인지 지리산 줄기인지 매안리라는 행정명도 들어본 적이 있어 친근함이 우러났기 때문에 보기 시작하였으나, 추천의 글들이 왜그리 고혹적이었는지 내내 의심하고 지겹다는 표현을 정말 많이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지 않고 열권을 다 읽어낸 까닭은 내가 못찾는 이 소설의 장점이 어딘가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기대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유교적 색채가 가득한 반가의 집안을 그것도 청상의 과부가 시집와서 일으킨 이야기가 큰 줄거리이고 손부에까지 미치는 나머지 이야기는 양념과도 같은데 그 양념이 온통 모을수 있는 모든 양념을 버무려 놓음으로 해서 정말 해보고 싶은 작가의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정말 모르겠다 싶게 만든다. 더군다나 강모의 경우 그리도 마음속에 아련한 강실이와의 사랑을 음욕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저지름과 도망으로 피해버리는 그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식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열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도 아닌 나약함과 자기 뿌리를 찾지 못하는 자의 비루함이 곳곳에 배여있어 지겨움을 넘어 소설속 캐릭터일망정 없어져버렸음 좋겠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마치 요즈음 아침 드라마 가운데 "금쪽같은 내새끼"인가 하는 것 하고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한 드라마에서 모든 문제를 다 다루고 소화해보려고 몇몇 캐릭터를 가지고 버걱거리는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하다.

  유교와 불교 도교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크리스트교까지도 설명이 들어서고 도처에 긴장감없이 역사성이 회고조로 막 삽입되고, 왜 이런 글을 그리도 치열하게 쓰느라 애썼을까? 차라리 욕심을 덜내고 소설의 긴장감을 가지면서 매안 일대의 모든 사람들의 글을 쓰는라 얼기설기 엮이지 말고 여성에 촛점을 맞추든지 종가집의 삼대에 걸친 이야기만 치열하게 그려보던지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반상의 구별이 엄연하게 그려지면서도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온(?)한 기운을 한편으로 북돋우면서 이야기가 흐지부지 왔다갔다 하니까 소설의 맛과 멋을 느끼기 힘들었다.

  작가는 이 책을 마치며 아무것도 결말을 못내었건만, 목숨을 다했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글을 이렇게 써대는 내가 너무 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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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oky98 2006-06-2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단순한 소설로 읽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문화의 상례,제례, 혼인등의 모습과 장 담그기, 단오절의 모습 등등의 민속문화적인 측면에서 읽어 주신다면 지루함은 전혀 못 느낄 텐데요.. 소설로만 보셨다니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