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왁자하게 떠도는 글들 중에서 주옥같은 작품을 건졌다는 느낌이 든 책이다.

출판시장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웹이든 다른 매체를 통해서든 일단 걸러지고 많은 이들에게 애독되는 책이 나오는 방식은 좋은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렇게라도 문화의 바람이 솔솔 불어서 책이 시들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싶기도 하고...

 

  아주 오랫만에 노트를 하면서 책을 보게 되었다. 다른 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 주는 말로 받고 또 나를 들여다보면서 짧은 글귀를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소망하였다.

  혜민 스님은 <인생의 장>에서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p.p.127-9)에 대하여,

①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 -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

②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필요가 없다 -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자연의 이치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된다.

③ 남을 위한다면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깨달음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라고 하였다. 사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보다 남들의 눈에 비칠 나의 모습을 더 걱정하고 불안해 하면서 스트레스와 컴플렉스를 쌓고 사는 게 대부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잖아.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뭐 이런 시답잖은 방어로 합리화하기를 얼마나 쉬이 하였던가? 인생의 주인은 나인 것이고, 어떤 과거나 미래보다도 현재가 중요함을(Here & Now) 재삼 인식하면서 자랑스러운 나를 만나기로 했다. 적어도 주 1회 정도는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상주고 자랑스러워 하면서 남의 칭찬이 아닌 나 스스로의 칭찬을 해가기 시작하였다.

작게 일기장에 칭찬의 문구를 적고, 작고 맛난 빵 - 뭐 천몇백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이라도 평소에 잘 하지 않았던 - 을 사먹기도 하고, 한두시간쯤 자신을 위해 할애하면서 칭찬을 정말 많이 해보았다.

  그랬더니만, 세상이 아름다와졌다. 눈이 오면 눈이 와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추우면 추운대로...

또한 내게 힐난하고나 비난하는 사람을 만나도 약이 되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나를 칭찬하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기쁘게 받을 수 있었다.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아도 내 안의 나는 서운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까 - 주체와 객체가 다 내안에 있음을 알고 타자를 위한 경청과 공감의 자세가 적극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그 속의 긍정성을 바라보면서 자존감 높은 나를 통해서 세계를 당당히 바라보고, 또한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아니하실지라도의 긍정과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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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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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을 통해 왁자하게 떠도는 글들 중에서 주옥같은 작품을 건졌다는 느낌이 든 책이다.

출판시장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웹이든 다른 매체를 통해서든 일단 걸러지고 많은 이들에게 애독되는 책이 나오는 방식은 좋은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렇게라도 문화의 바람이 솔솔 불어서 책이 시들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싶기도 하고...

 

  아주 오랫만에 노트를 하면서 책을 보게 되었다. 다른 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 주는 말로 받고 또 나를 들여다보면서 짧은 글귀를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소망하였다.

 스님은 <인생의 장>에서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p.p.127-9)에 대하여

①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 -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

②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필요가 없다 -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자연의 이치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된다.

③ 남을 위한다면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깨달음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라고 하였다. 사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보다 남들의 눈에 비칠 나의 모습을 더 걱정하고 불안해 하면서 스트레스와 컴플렉스를 쌓고 사는 게 대부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잖아.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뭐 이런 시답잖은 방어로 합리화하기를 얼마나 쉬이 하였던가? 인생의 주인은 나인 것이고, 어떤 과거나 미래보다도 현재가 중요함을(Here & Now) 재삼 인식하면서 자랑스러운 나를 만나기로 했다. 적어도 주 1회 정도는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상주고 자랑스러워 하면서 남의 칭찬이 아닌 나 스스로의 칭찬을 해가기 시작하였다.

작게 일기장에 칭찬의 문구를 적고, 작고 맛난 빵 - 뭐 천몇백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이라도 평소에 잘 하지 않았던 - 을 사먹기도 하고, 한두시간쯤 자신을 위해 할애하면서 칭찬을 정말 많이 해보았다.

  그랬더니만, 세상이 아름다와졌다. 눈이 오면 눈이 와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추우면 추운대로...

또한 내게 힐난하고나 비난하는 사람을 만나도 약이 되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나를 칭찬하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기쁘게 받을 수 있었다.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아도 내 안의 나는 서운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까 - 주체와 객체가 다 내안에 있음을 알고 타자를 위한 경청과 공감의 자세가 적극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그 속의 긍정성을 바라보면서 자존감 높은 나를 통해서 세계를 당당히 바라보고, 또한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아니하실지라도의 긍정과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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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보이는 세계사 - 교과서와 함께 읽는 20세기사
최재호 지음 / 창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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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마음으로 쓰고자 '맑은 고딕체'를 선택하다.      감사하게도 공저자의 한분을 아는 관계로 책선물을 받았다. 덕분에 책이 나오자마자 펼쳐보게 되었고, 여유있는 방학동안이라서 훨씬 공들여 읽을 수 있었다. 현대사로 한정하긴 하였으나 세계사인지라 분량은 만만치 않았고, 언뜻 훑어본 참고문헌은 현대사에 낯설은 나를 당혹케 하였다. 마음으로는 현대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나라와 관련이 깊은 강대국의 소식에만 관심을 두었을뿐 세계의 각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지구촌시대에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놀고 있었다고나 할까. 자못 반성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우와 600쪽은 안넘는다. 요새는 왜 이런 책만 만나냐??? - 적절한 사진자료와 깔끔한 편집이 읽는 부담을 줄여주었고 팁처럼 인물이나 책, 문화와의 만남이 장마다 준비되어 있어 흥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읽는다면 어떨까(?) - 괜찮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겠거니... 흠, 흠... 

  새로운 각도로 세계와 만남을 주선하다,      유럽사 중심의 역사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은 최근에 들어와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쓰여진 책들을 살펴보면 중심인물이 없는 듯한 자잘한 나열식의 스토리에 식상하게 되고 또 주목받지 못하던 주변국의 실패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 과연 새로운 각도의 세계사 서술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이 책의 자잘한 부분도 그런 면이 없진 않았지만, 흔히 구미사 중심으로 서술하는 역사보다는 서로다른 목소리로 다양한 색깔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이 책을 다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어찌보면 저자의 몫이기보다 독자의 자세의 변화와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기 IMF 구제 금융을 받으면서 신자유주의로 나아간 우리나라와 반대의 말레이지아 마하티르 정부의 선택, WTO체제에 대한 억지수용과 NGO차원의 저항적 태도에 대한 생각,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등 멋진 지도자를 만나게 된 것도 이 책의 덕분이다. 물론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이런 인물에 주목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듯도 하다. 수많은 민주적 역량을 가진 지도자와 굴절, 그리고 더 많아보이는 독재자와 탐욕스런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역사의 귀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읽고 생각하는 동안 슬며시 고개 든 의문들.     차례를 보면 1부 제국의 시대로 부터 8부 미완의 시대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시대구분을 하였는지 의도를 밝혀주었더라면 훨씬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 1-4부까지는 정치적 비중이 큰 느낌의 제목이 5-7부는 경제적 비중이 큰 느낌으로 선제한 것인가 싶다. 그런데 4부와 5부의 내용이 비슷한 측면이 많아서 부의 성격을 잘 밝히도록 좀더 한 쪽으로 몰아놓았으면 각장마다 선명한 이미지들이 잘 그려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 보이는 한국이 보이는 세계사는 뒷장으로 갈수록 세계속의 한국의 모습이 잘 안들어왔다-서술한 분량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근대화를 추구하는 모습과 열망은 잘 잡혔으나, 세계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할 우리의 정체성과 또 헌신해야 할 몫이랄까 이런 것들에 대한 반성, 비판, 혹은 세계와의 만남 등이 더 찾아져야만 국사의 틀을 넘어 생각하고 우리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 것이 정말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5부의 1장 깨어나는 제3세계 -1960년 아프리카의 해는 기억에 선명한 부분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100원만 가지면 하루의 식량을 해결할 수 있는 가난하고 불쌍한 곳, 숱한 내전 속에서 어린 영혼들이 꿈도 희망도 없이 병들어 버린 버려진 곳 같은 고정관념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속에서 풀어지고 아프리카를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구미 제국주의의 자본과 침략이 판을 치는 곳, 자연스럽게 반제국주의 반미 운동이 싹트는 곳, 사회주의 실험을 하면서도 자원은 풍부하나 기술과 자본의 부족으로 신이 주신 축복을 깡그리 잃어버린 곳, 그럼에도 움트는 Black is beautiful,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자 한다. 이태석 신부의 친구들이 살고있는 그곳을...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     연표의 나열로 이루어진 책표지와 배경의 인물들을 본문속에서 찾아보고 되살려내는 일은 내 작은 즐거움의 하나였다. 마치 잠자고 있던 기억들이 되살리기를 통해 현재로 걸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 ㅎㅎ... 장마다 들어와 있는 삽화나 사진, 그리고 특별꼭지는 내맘에 쏙 들었다. 딱딱한 세계사를 상상력과 결합하도록 도왔다. 서문에서 저자들이 밝혔듯이 우리 현대사를 세계사의 맥락속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내가 현대 세계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충분했는지 나침반의 역할이 이루어졌는지 좀더 후에 밝혀볼 일이고... 강대국 중심의 역사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참 열심히 준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의 내용을 훑어보라,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지... 이는 아마도 강대국 중심의 서술에 익숙한 우리들이 충분히 어리둥절할 만한 부분이고 주변사로 슬쩍 긁어만 주었던 나라와 지역에 대한 성의있는 서술에 감탄으로 보답한다. 이제서야 나는 세계사의 이런 흐름이 정당한 것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 같다. 부국강병과 양육강식의 논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잘 드러나있다. 약소국의 다른 시도, 다른 가능성 들을 최대한 발굴해 보여주려는 노력이 진지하였고, 비록 실패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태반이었지만, 노력과 시도는 축적되어 독특한 각국의 발전과 양태가 나타나리라 믿게 된다. 간명한 해설보다 구체적 사실 자체를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낸 많은 분량이 생태와 환경의 오염을 걱정하는 단순한 나무의 희생은 아닌 것이라 생각한다. 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기아와 테러라는 폭력적 수단을 택하여 자기주장을 하게 된 소수집단의 크로즈 업된 사진 밑으로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6.15공동선언과 임기 끝까지 국민의 사랑을 듬뿍받은 국민학교 중퇴의 룰라 브라질대통령의 환한 웃음이 희망을 품게 한다. 한세기를 움직인 책들, 신념을 가지고 지칠줄 모르게 살아온 많은 행동하는 양심들, 모두 모두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귀한 장면들이었다. 3년의 긴 작업에 늘 홀쭉한 얼굴로 잠과 휴식이 부족함에도 책을 놓지 않았던 열정적인 저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사족하나,      475쪽의 사진 설명에서 텐안먼의 현재와 사건설명 쪽수가 잘못 인쇄되어 있다. 558-9쪽의 멋진 사진은 여러번 눈독을 들이면서 본, 희망과 나눔의 이미지를 잘 받아들인 것인데, 자세히 보니 다섯명중 여학생은 한명, 안경을 낀 학생이 세명이나 된다. 갑자기 우리 젊은 이들이 불쌍하고 아직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남자같은 여학생이 있었나?(정말 사족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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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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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        어디서 들은 이름인지? 꽤 괜찮다고 생각한 책에서 어느 누군가가 거론한 작가의 이름이 '한강 韓江'이었다. 책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조정래의 "한강漢江"을 몇권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슬며시 웃으면서도 작가로 놓고 작품을 찾아보자고하는 나도 기실 이름만 보고는 남자소설가인줄 알았다. 그의 책 한권을 읽다. "바람이 분다, 가라" 명령어로 내려진 제목과 노란표지는 주의를 끈다. 390쪽이 다 되는 책의 분량은 가볍게 읽어낼 소설은 좀 아닐듯하기도 하고... 

[모기와 뒹굴며 하룻밤 사이 책을 들다]     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많지않은 등장인물과 부제의 독특함 그리고 우주와 0과 무한대 사이의 끝없는 반복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회귀시킬 것인지, 대우주와 소우주의 관계를 어떻게 보았더라? 고대 철학과 동양의 사유를 저장된 기억속에서 꺼내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과학자나 시인의 이름들을 발견한다. 소설가보다도 더 아름다운 글을 써내던 칼 세이건의 작품이며, 네루다의 시구를 그냥 발견하는 즐거움이 만만치않다.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전개가 흡인력이 있다.'1.450킬로미터' 뭐야? 서울-부산간의 거리?하면서 책장을 열었는데, 대기권까지의 거리란다. 늘 올려다보는 하늘인데도 무심하였다. 잊고있었다는 것이 정직한 표현이겠지만... 수평과 수직의 교차, 삶을 시간과 공간속에서 열어보게 만드는 안목이 훌륭하다. 44쪽의 '고전적인 우주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주의 에너지는 0이지만, 시공간은 양자역학적 혼돈 상태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그러던 어느 확률적 순간, 에너지의 벽을 뚫은 시공간이 팽창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고전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적용된다. 오랜 혼돈이 갈라지고 천지가 창조되는 짧은 시간, 우주는 급팽창하고 물질이 생성된다. 놀랍도록 신화에 가깝게, 플랑크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10의 -43초, 그 찰나의 찰나에.' 우주만이 아니라 생도 그렇게 시작되어 삶의 모습을 끌어안아 보아도 결국은 찰나의 결정과 행위들로 이어짐이 아닐까. 정자가 난자를 파고드는 첫접촉에서부터 행위하고 관계를 맺는 모든 인간의 양태가 찰나적인 결정들로 이루어진다. 마지막 장에서야 '바람이 분다.'의 의미를 보았다. 육상높이뛰기 선수였던 서인주가 근육파열로 삶의 전환을 해야 했던 바람을 화자인 정희는 곳곳에서 바람이 분다고 밝혔었음에도 불구하고 끝에 가서야 언뜻 살펴볼 수 있었다. 정희에게는 삼촌의 죽음에 가까이 할 수 없었던 것부터 생을 밀어내는 바람이었을 게다. 이 소설이 여러면에서 긴장을 유발하게 하기 때문 섬세한 부분을 놓쳐버린다. 또 읽어야 할까? 더운데~ 시원한 소설이면 좋겠다. 죽음이 갈라놓은 끈을 잇게하는 민서는 생명의 연장을 위해 다 잊고서 평안한 삶을 살수 있는 먼나라로 가버렸고(보호자인 아버지의 결정이다.) 다시는 "이모"하는 소릴 들을 수 없게 된 정희는 생명을 갈구하며 방치해버렸던 삶속으로 끈적끈적 밀어왔건만 부풀어오른 팔로 물속에서 파란 돌을 건져 올리는 삼촌과는 어떤 해후가 될 수 있을지(꿈속에서 죽어 홀가분함을 느꼈던 삼촌은 파란돌을 건지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워 조금 울었다고 했지), 인주가 화랑을 옮기는 이유는 불분명하며 따라서 하룻밤을 보낸 인주에게 미쳐버린 강원석이란 인물과 인주의 엄마의 고향을 찾아간 미시령에서의 죽음(다음 작품명이면서 엄마의 부패와 죽음을 가져온 곳)과 잇닿는 부분도 세밀하진 않지만, 불편한 삶을 살아가면서 내 삶과 죽음의 간극을 놓치지 않는 인물들의 굴절된 마디마디가 아프다. 265쪽 처음의 빛에서 '한 번의 삶에서 여러 인생을 살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디마디 끊어지는 것이었다고, 어떤 마디의 기억들은 전생처럼 멀고 어둑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해 11월의 늦은 저녁, 그렇게 멀고 어둑한 성북동 골목을 오르고 있었습니다.'(류인섭의 기억)

[마무리]       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분명하고 인주와 삼촌과 정희의 관계 그리고 성장한 이후의 각자의 삶의 불편한 몫과 관계가 띠엄띠엄 이어지는데, 실상 우리의 삶이 그런 편린들로 가득 차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설혹 가장 사랑하여 목숨과도 바꿀수 있는 존재라하다라도 존재자체와 비쳐지고 보여지는 대물적인 존재는 동일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사실 달라서 슬픈게 아니라 조각난 모습들로 이어지는 불편한 관계가 인간의 모습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얼마쯤 후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인물검색을 해보았더니 한승원 소설가를 아버지로 두었다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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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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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불행을 탓함이 없이 자연속으로 들어와 치유의 자생력을 믿으면서 양을 치던 중년의 한 사람이 끝없이 심어놓은 나무들로 인하여 사람이 살기 좋은 자연스런 숲처럼 변화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는 동화같은 소설이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심어주는 내용이다. 

  지오노의 고향 마노스크의 입구에 쓴 팻말 - "이곳은 프로방스의 위대한 작가 지오노가 태어나고 살고 잠든 곳이니 조용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을 반추해보니 나무 한그루 제대로 심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자연과 숲길 그리고 나무가 주는 싱그러움은 누구보다도 좋아해서 산에 들어가 살기를 원하면서도 혜택을 즐기고 누리기만 할 뿐 주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니 가난하기 이를데 없다. 정작 생각해보니 남들이 어질러놓은 쓰레기를 쯧쯧 혀를 차면서 봉지에 담아 주워온 얄팍한 선행(?)이 몇 번 있을 뿐이다. 

  확인 안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앞으로 겪어내야할 일 중에서 기후의 변화에 어울리는 식목을 해야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소극적인 실천이 아니라 묵묵히 씨앗을 뿌리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숲을 기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최소한 앞으로는 도토리나 상수리를 숲길에서 주워오지 말아야 겠다. 산나물을 뜯어오지도 말아야 겠다. 가꾸지 못한다면 나만을 위한 훼손은 최소화할 일이고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자연에게서 받은 은혜와 애정을 갚을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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