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으면서 받았던 뜨거운 충격은 그의 책들을 골라 사놓게 했다. 어쩜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을 그리 잘 보는 것일까? 한국을 한순간도 떠난 적이 없이 이땅에서 뭉기적 거리며 살아온 나는 현재의 내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과거 속에 은닉한 채로 현재적 삶에 대해 알고자 꿈꾸지 않는 지도 모른다. 우리가 갖고 있는 패거리 문화, 집단 주의 속에 함몰되는 개인 등등을 그의 따가운 글들을 통해서 바라보며 애정이 휘두르는 채찍으로 인하여 얼마나 아팠던지..... " 이 책은 오랫동안 사놓고도 읽지 못한 책이 되었다. 많은 칼럼이나 그의 짧은 글들이 주는 깊은 시사점을 소름이 끼치도록 느껴가면서 박노자를 만나서 육성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열망을 안고 있다. 이 책은 그를 만나기 위한 인사쯤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개인으로서의 '나'가 소중하다고 외치면서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우리 속에 - 그건 국민이든 민족이든 혹은 그보다 작은 집단이든 - 쉽게 젖어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다.어쩌면 머리로는 개인주의를 지향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따뜻함을 이유로 우리에 속해있기를 열망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박노자의 지적대로 한국 근현대사의 백년을 지나오면서 알게 모르게 얻게된 오랜 습성은 아닐른지....?

  거의 한달만에 이어서 적는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장엄하게 펼쳐지고 해방공간으로부터 사람의 한평생이랄 수 있는 긴 시간이 지난 우리의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내 작업의 하나로 이 책 읽기를 마쳤다. 그 사이 인상깊은 강연회에 참석해 박노자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사인도 받고 질문과 답도 듣고.... 참 매력적인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꼼꼼하게 찬찬히 해부하고 증거를 제시하는 그의 놀랄만한 능력에 감복하기도 하였고, 이쪽과 저쪽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 나름대로 해석도 해보았다. 그의 지향점은 개인주의에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며 전체주의는 민족이든 국가든 국민이든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된다. 추천의 글을 대신하여 고려대 역사학과 교수 조광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의 글들은 한 마디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특히 우리 안의 타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일깨우려는 목탁소리이다. 그는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폭력적 논리들이 갖고 있는 이념적 근거를 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정리하고자 한다. 그는 우리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서 우리의 역사적 사건을 일본어나 중국 그리고 서양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연구방법론이나 독특한 글쓰기는 역사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이며, 대중화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가 말해왔듯이 근대 이래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이라면 애증의 대상이었다. 박노자는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다. 그가 외국인이 아니라는 말은 이제 감정적 애증의 대상이나 호기심의 표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도 우리와 함께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될 터이고 더욱 부대끼게 될 것이다. 이 부대낌을 통해서 우리의 건강함을 지켜나가기 위한 그의 고민은 더욱 성숙되어 좋은 결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에 그가 더욱 눈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치우침도 우리의 구체적 현실 안에서 더욱 분명해 질 수 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은 하나지만, 그것을 살피고 판단하는 관점은 보는 눈만큼 많고 다양하다. 나는 그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을 아직은 즐겨한다. 곁에서 읽고 생각할 책들이 많다는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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