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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해보자, 나 자신에게

한해의 계획도 또 지난해의 반성도 제대로 못하고 지나온 날들이 바쁨과 피곤함이란 덧칠로 덮여버려 이제서야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지속적인 일들을 하기에 어려운 시점에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하나 설정하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어울리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을 위한 나자신의 노력이 남다르게 이어져야 하겠지. 그래서 나는 작은 목소리로 나자신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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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시간의 보충수업을 끝냈다. 오후에는 찜질방을 방불하는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또 수업준비하고 어쩌구 하다보면 시간을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이제 27일까지 보름여의 시간이 온전히 남아있다.

  신난다. 알차게 사용하자. 박물관 북한 유물전 관람계획으로 하루를 잡고, 루오전 관람과 좋은 이웃들과의 수다떨기로 또 하루를 보내고 산행은 언제든 하루 잡아서 남덕유령까지 다녀올 생각이고, 새벽마다 기도의 제단을 쌓을 것이고... 늙으신 부모님 봉양을 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겠지, 아, 한가지 더 있구나. 화영이를 면회하러 가는 일! 기대된다.

  근현사와 국사도 심심치않게 보아야 겠다. 그러면 방학은 다 가버릴 것 같다. 책을 몇권이나 만지게 될는지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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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찮게 한비야의 글을, 아주 짧은 글을 읽게 되었다. 정초가 되면 책의 리스트를 만들고 백권의 책을 읽기를 목표로 세우면서 리스트를 훑어보는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는....

  백권의 책을 읽기를 새해목표로 삼던 내 오랜 습관을 누군가 다른 사람도 하고 있었다는 데서 오는 동질감은 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니의 친근한 책들을 다 읽은지 오래지만, 열심히 살면서 책을 읽고 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원하는 나의 목표는 아이들에게도 전달되곤 해서 100권의 책을 넘겼다는 몇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뿌듯함이 있었는데...

  이젠 시력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달려서 100권에 집착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한달에 몇권을 읽었는지, 어떤 책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면서 대부분 독후감을 올리고 있다만, 남은 흔적은 세월이 지나면서 방법도 내용도 달라짐을 느끼게 해준다.

  어른들 말씀에, 공부의 때가 있다는 것처럼 독서의경우도 때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더 늙어가기 전에 부지런히 책과 벗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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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시도해본 가족여행이다. 다섯 형제가 큰 오빠가 사는 제주도로 날아갔다. 각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비행장을 선택해 서울, 청주, 군산 등에서 각자 날아들었다. 도착 시간이 다르듯 떠나는 시간도 다 달랐다. 때문에 이박삼일의 여정 속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시간이 둘째날인데 그날은 한라산 등반으로 계획되었다. 스무명이나 되는 가족들은 세차례로 나누어서 성판악 코스를 밟게 되었다. 7시 20분부터  10시 20분까지 정말 다양한 출발시간이었다.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한라산 꼭대기에서 만나 부둥켜 안고 서로가 즐거워 사진으로 함성으로 혹은 한숨으로도 공유하였다. 백록담의 물은 아주 조금 밖에 안남았었지만 노루가 와서 마시고 가곤 했다. 날씨는 쾌청, 그 흔하다는 안개 한자락도 구경할 수 없는 정말 축복받은 날이다.

  오후 두시 반 - 하산을 재촉하는 소리에 가족들은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면서 구상나무군을 바라보고 환호성을 지르고 한라산의 절경에 사진도 찍어가면서 정말 한가하게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성판악코스보다 짧으니까 서너시간이면 당연히 내려오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산은 내 머릿속에서 처럼 움직여 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도가도 별로 줄지않는 길과 그에 힘들어하는 살찐 재성인 걸음이 둔해지고 35kg가 넘는다는 몸무게때문에 업어줄 생각도 못하고 쉬엄쉬엄 내려오는데 3km를 남기고 해가 꼴딱 꼴딱 넘어가려 하는 것을 보았다. 난 외출로 나온 규일일 보려는 욕심에서 달려나왔고 우리보다 1.5km쯤 앞선 동생네를 따라잡아 대신 부탁하고 어린 아이들을 인도해냈다. 아주 캄캄해진 산길에 손전등하나도 없이 뒤쳐진 여섯명의 우리 가족들, 거의 구출의 역사를 진행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합심해서 무사히 내려왔다.  아니 무사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다리를 접지른 환자도 한 사람 나왔으니.... 진한 가족애를 느꼈다. 쪼리를 신고 재성일 찾아 뛰어간 큰 오빠와 막내 영환, 재성이가 나오는 걸 보면서 무조건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터졌고. 랜턴을 주기위해 뛰는 나는 땀이 비오듯 한다는 체험을 생생히 하였다.

  덕분에 예약되었던 횟집에는 거의 세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식구들이 띠엄 띠엄 도착했다.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가 결속될 수 있음을 느낀 정말 값진 체험이었고, 산은 함부로 평가할 수 없음을 절대적으로 깨달았다. 아무리 밋밋하다 해도 한라산 18km의 길이는 하루동안 잠깐 거닐 거리는 분명 아니었다. 한라산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하, 한라산 - 가장 힘들었던 재성인 한라산을 뿌셔 버리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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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등교길을 허걱거리면서(280km) 달려가 땡땡 종이 치는 숲속 교정에 빙 둘러 앉아 학교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가장 나이든 다양한 학생들이 각처에서 모여들어 삼십여명의 연령 성별 제한 없는 사람들이 모여든 학교의 수업이 시작됩니다.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정보와 열정과 우선순위의 결정만이 존재하는 학교입니다. 내린천 물소리는 우렁우렁 울리고 태고의 숲들이 둘러싸여 이룬 정적은 사람을 작고 예쁘게 만들어 줍니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둘러보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돌아보면 어찌 아름다운지....

  강연으로 이루어진 학습은 참 진지했습니다. 열성을 다해 들려주시는 수준높은 강의를 경청하고 아주 어리석은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않고 정성껏 답해주시는 선생님은 하룻동안의 선생님이 아니라 스승님이 됩니다.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내용밖에 들리지 않지만,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뒷풀이로 이루어진 다양한 생각과 사고의 편린들이 공간에 어지럽게 떠돌아도 거슬리지 않음은 더불어 숲의 학교가 가진 넉넉함인 듯 합니다. 뒷풀이 뒤의 더불어 술 학교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별들이 쏟아지는 모습은 상상 속에 그려보고 말았지만요. 여전히 흘러가는 내린천의 물소리와 살가운 공기 달려드는 풀벌레 그리고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그곳의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형제애 같은 애정을 나누었습니다. 대여섯 살의 어린 아이로 부터 예순이 훌쩍 넘어버린 어르신들까지 말입니다.

  교과서는 제멋대로입니다. 하지만 가져온 책들을 펼쳐보며 저자의 사인도 받아 흐뭇한 표정으로 가슴에 품어보는 그 지극한 즐거움 - 아시죠?

  두꺼운 책을 다 읽어내는 데는 좀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책에 대한 지극한 열정이 샘솟는 느낌을 저는 느꼈습니다. 오만한 독서로부터 겸손한 독서로의 전환이라고나 할까요?

  돌아오는 길에 운두령 고개길에 내려서서 백두대간의 구비구비를 바라보며 어느새 마음은 백두대간의 길들을 밟고 있더군요. 작은 나라라고 하는데 어쩜 이리도 기막힌 경치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반겨주고 있는지....?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되더군요. 작은 기쁨은 작은 내 몸을 골고루 적셔주고 탄력성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정말 좋은 학교의 동창생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9월의 신영복 교장선생님 강의에서 2학기 개강을 하며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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