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이순신 8 - 불멸의 길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 비치된 6권을 먼저 읽고 한 계절이 다 지난 후에 7,8권을 읽게 되었다. 그런만큼 느낌도 인식도 새롭다. 처음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1-6권)"을 읽으면서 스케일이 방만한 것에 대한 그리고 전지적 시점에 대한 마음의 불편함이 있었는데 7,8권은 전쟁의 승리와 전장에서의 이순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 그리고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들이 개인사에 맞추어져 치밀한 소설적 구조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확실히 김훈의 소설과는 또 다른 시각이었다.

  국운을 건 전쟁을 그것도 숱한 생명을 길거리에 던져놓은 긴 전쟁을 치루면서 지도자가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인 동기에 의해서만 행동할 수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선조 혹은 광해군에 이르기까지도 군왕으로서의 입장만이 유난히 강조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몫을 온전히 신하들에게만 돌린다는 것은 좀 뭣하다. 군왕의 도를 강조하는 성리학의 입장으로 볼 때에도 선조는 성군으로 추앙을 받으면서 등장했던 인물인데....역사를 공부하면서도 이기적 욕구가 역사를 움직이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함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까? 역사의 분홍빛 희망을 버리지 않는.... 서애 유성룡과 이순신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 영웅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원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종말은 이순신과 전우로서 화해하며 전우애로 불패의 신화를 완성하게 하고,  또 패배한 싸움에서 이순신과는 달리 죽음을 수용함으로써 순종하는 무장으로 왕과 신료들에게 긍정적으로 살아있게 되는 것,  이순신 휘하의 막료들이 선택할 여지없이 교산 허균처럼 역모를 논하는 것은 좀 뭣하다. 당시 백성을 그렇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인으로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성리학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충성으로 무장되어 전쟁을 수행한 군인들이 쉬이 시대의 반역을 꿈꾸는 일이 집단적으로 가능했을까? 무기력하고 이기적인 왕과 정치적 지도자 그리고 민중을 배반치 않고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서 역사속에서 영생을 꿈꾼 이순신으로 대립되는 구도가 불편하기는 하였지만, 이순신을 살펴보고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난중일기를 통해 소설과는 다른 접근을 꿈꾸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발로 꼭꼭 찍어가면서 걷고 싶은 곳들이 있다. 골짜기와 꼭대기로 연이은 산들과 사람과 풍경을 담뿍 담은 강줄기와 그리고 넓은 바다 - 이만하면 내 산하를 둘러보는 데만도 평생을 쓸 수 있을 게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집어들면서 '사평역에서'를 애써 기억해보았다.

  외로움을 견디며 또 삶의 지평을 넓힐 줄 아는 한 사람은 말했다. "기회만 있다면, 곽재구 시인과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고.... 간혹 그 옆에 서 있는 나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아느냐고 물었다. 난 그의 시집을 한권도 본 적이 없다. 단지 애송시 몇 편을 몇 번 읽어보았을 뿐이다.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신춘문예에 소개된 첫 시를 읽으면서 이미지를 그려보았던 기억을 짧막한 단문으로 천천히 전해준다. 내 빠른 생각은 '그의 시집 한권을 사보아야 겠다'로 이어지고....그리고 이틀 쯤 후인가 보다. 벌써 전에 빌려다 쌓아놓은 책 속에서 포구기행을 뽑아들었다. 겉장을 넘겨보니 시인 곽재구의 얼굴이 박혀있었다. 한번쯤 보았어도 전혀 기억나지 않을 평범한 얼굴,  어쩌면 늘상 지나치는 옆집 아저씨의 수수한 모습을 다 담고 있는 얼굴 - 아마도 그것은 그의 시나 글이 삶과 유리되지 않은 끈끈한 담백함 때문일 것이다.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빼어난 경치를 찬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삶속에서 편린을 건져내되 전체 삶을 바라보게 하고 또 그것이 물기 빠지지 않게 간수하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다. 내게는 낯설은 포구기행이지만 그의 글 속에는 따사로히 가난한, 이상한 힘이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영화를 보면서 예고편을 통해 펼쳐지는 섬세한 심리묘사에 관심을 기울여본 기억이 있다. '외출'은 먼저 몇 컷의 영화 장면으로 내게 다가왔다. 섬세한 심리영화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영화를 봐야지'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런데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이 기대이하라고 보지 말것을 강권하는 바람에 영화는 여지껏 보지 못했다. 한참 후 영화와 동시에 소설로 만들어져 또하나의 시도로 세인의 관심을 끈 이 책을 하룻밤에 보게 되었다. 분량이 많지도 않고 스토리가 복잡하지도 않았기에 피곤한 눈을 잠깐씩 감아가면서 보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표지가 표현하는 밝음은 뻔한 스토리의 해석을 뻔하지 않게 유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밝고도 가지런한 발, 잠시동안의 외출이란 생각보다는 이생에서 부여받은 삶의 외출일수도 있으리란 기대... 그것은 어쩜 영원성과도 통하는 것이리라.

  사업과 출장을 핑계로 혹은 간호를 핑계로 네명의 인물들은 소도시로의 외출을 하였고, 책의 절반은 그 외출의 내용을 알게되면서 느끼는 분노와 내면의 황폐함을 세밀하게 묘사해주고 나머지 절반은 같은 상황에 처한 상대를 통해 위로와 평온을 느끼면서 상대를 통해 잃은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을 잔잔하게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물론 불륜과 순수는 막 섞이어 있고 그들의 삶의 경계도 허물것 없이 자유롭게 넘나든다.

  윤경호와 서영은 중매를 통해 결혼을 하였음에도 연애와 사랑의 기쁨을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부부로 서영의 눈을 통해 고백되고 , 노랑의 이미지로 아내를 인식하고 사랑하는 인수와 인수를 자신있게 만들고 탄력있는 삶을 사는 수진은 남편보다 먼저 알고 함께 이해하는 윤경(호)와 남편과 나누는 만큼의 열렬한 사랑을 나눈다. 아내에게 늘 점잖고 젠틀한 윤경호는 네 축가운데 자신의 감정이나 말을 전혀 하지 않고 사라진 인물, 그렇다면 서영을 통해서 바라보는 윤경호의 모습, 그리고 비디오와 핸드폰에 남겨진 잔상으로만 기억되는 자기말이 없는 존재이다. 그에 비해 수진과 서영은 살아 움직임이 있고 남편이자 애인이며 영원한 사랑의 동반자일 수 있는 인수와의 삼각관계같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서영과 인수의 사랑이나 혹은 감추어진 채 사고로 드러났던 수진과 경호와의 사랑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느껴졌다. 결혼을 통한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오로지 유일한 것은 아니란 생각도 한편 들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인생이 완전한 사랑을 찾아 헤매며 그 대상을 찾기위한 방황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사회를 안정성으로 몰고가는 제도와 구습도 매우 필요한 장치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사랑의 방법이나 그 표현방식이 육체적인 관계맺음을 통해서 완성되거나 절실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소한 것들을 나누고 인정하면서도 든든한 동반자와 같은 연대의식을 얼마든지 느낄수 있다. 인간에 대한 신뢰나 혹은 사랑이란 느낌이 꼭 이렇게 표현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처한 상황들을 겪어내고 해결하면서 잃은 사랑에 대해 또다른 사랑을 찾아냄으로써 인간성을 상실치 않는 모습들은 밉지 않았다. 오히려 위안이 되기도 하였다. 리얼리티의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영화가 너무 주연배우들의 겉모습에 치중했다 하더라도 볼 걸 그랬나보다란 생각과 아쉬움이 잠자리에 드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권하기엔 좀 뭣하다. 하지만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은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나라의 좋은 점을 이야기할때 으례히 나오는 것의 하나는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축복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몸이 이에 적응하기까지 늘 부대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러지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느는 이유도 그것이고 또 잦은 감기나 몸살로 부대끼는 것도 일년에 네번씩이나 변화하는 계절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란다.

  일교차가 매우 심한 계절이다. 감기를 위시하여 내 몸에 닥치는 온갖 위험들에 잘 견디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괴물 1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6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두권으로 이루어진 괴물을 소개하는 알라딘의 코너를 방문했던 것은 작년이었는지 혹은 2,3년도 더 전의 일이었는지 아스라하나, 이외수의 대표작으로 동영상을 통해 보았던 기억이 있다. "들개"를 읽은 외에는 그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서 읽어내려는 욕구를 강하게 갖지 않았었다.  올 시월에는 소설에 손길이 많이 가면서 슬쩍 뽑아든 소설의 하나가 이 책이다. 아마도 동영상을 통해 작가와 작품의 소개를 받았던 기억때문이리라.

  한마디로 괴물스런 책이었다. 만화가 시공을 자유롭게 넘나들듯이 전생과 후생을 가볍게 넘나들며, 곳곳에는 백과사전적 지식이 널려있고 또 사회고발 내지는 시대고발적인 부분도 날카롭지는 않으나 킬킬대면서 웃음을 끊이지 않을 만큼 꽤 많이 표현되어 있었다. 또한 심리학이나 과학적인 지식이 번뜩이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덮고 난 후의 느낌은 괴물스럽다는 것이었다. 현실적 기반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몽타쥬하듯 얼기 설기 엮어놓은 이야기들 때문인가 보다.

  우리들 모두는 밖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괴물스런 심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악으로 가득차게 된다거나 아님 부조리 해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오히려 부조리한 어쩌면 괴물스런 심성으로 해서 사회 인식의 폭이 확장되고 삶이 진지해지는 것은 아닐까?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겠고, 내면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괴물스런 심성들을 제어하지 못하면, 사회악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것 - 이런 설명은 너무 단순하고 이분법적이라서 전혀 논리적인 설명이 못된다만....

  지인들에게 추천할만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지 소설과 만화의 영역의 중간쯤에 놓여있는 스토리들이란 생각이 들고 전혀 낯설은 소설을 읽음에도 불구하고 황진이를 만난다는 것이 내게는 인연인듯 싶었다. 시월은 황진이로인해 소설과 친해질 수 있었는데, 황진이의 환생이라 믿는 나연이란 인물을 읽어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속성과 비슷한지를 꼽아보았다. '도살자와 성직자'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인식과 표현의 넘나듦이 다양하다. 소설 중에 뚝 떼어놓고 이 부분만 읽어 보아도 괜찮은 느낌이 든다. 킬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