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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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제목의 거창함은 소소한 느낌과 가벼움으로 산책을 하듯이 작은, 주변에 흔히 보이는 숲을 다니다 보면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과 탄성, 그리고 수다스러운 소란, 지저귐 등을 얻게 되는 것처럼 작은 기쁨들을 얻게 된다.

  대학에서 영문학은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장애의 어려움을 건강하게 이겨내고 있는 밝은 사람이다. 곳곳에 가르치며 호흡한 학생들과의 이야기가 채워지고 있는 장면들이 따뜻하고 열심으로 학문을 하는 기쁨과 문학의 소명을 탄탄하게 주저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성이 강해 보였다. 마치 수많은 금언과 격언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작은 이야기들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고, 부모가 겪었을 아픔과 가족들의 고통도 함께 전해져 왔다.

  특별히 날카로운 글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겪으면서 수도 없이 부딪쳤을 이야기 한 편이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마음의 전령 '손''이란  제목이다.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일생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으니 이젠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가끔 불편을 느끼는 것은 목발 자체가 아니라 걸으면서 양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가방을 들고 다니지 못할 뿐더러 우산을 쓸 수도 없고, 아무리 잡고 싶어도 어린 조카의 손을 잡고 걸을 수가 없다.

  그건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리를 쓰지 못하니 왼손은 핸들을, 오른손은 핸드 컨트롤을 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행 중에 휴대폰을 쓸 수 없는 것은 물론 라디오를 켜거나 창문을 내리거나 몸 어디가 가려워도 긁을 수가 없다. 누가 길을 양보해 주면 나도 남들처럼 손을 들어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싶지만 그것도 못한다.

  몸 가려운 것은 좀 참으면 되고, 라디오를 못 켠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남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을 나는 못하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것은 사실이다.

  글의 성격으로는 도입부분의 하나이지만, 본문의 글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가 무심하게 저지르는 잘못은 우리의 멀쩡함을 기본으로 그외의 것을 배제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겸허한 반성을 하면서, 가벼움을 참고 작은 것들에 감사를 하면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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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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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인간은 하나님앞에 나그네길을 살다가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돌아보면 건질것 없는 나그네길이 어찌나 고단한지, 불처럼 겪어간 이야기가 순화되고 강돌처럼 달아서 순하게 표현되는 데도 나는 공지영의 글에 눈물이 났다.

  무릎꿇고 순종할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십대처럼 팔딱 팔딱 뛰면서 항의하거나 회의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은 나의 철없음을 탓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보지 못하는 환경을 탓하면서, 혹은 내 이웃과의 관계맺음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와버린 나의 고집스럼움으로 인하여서...

  민족을, 혹은 낮은 자들을 삶의 한쪽으로 택하고자 하였던 젊은 날들의 고뇌가 공감이 되었고, 또 7,80년대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고뇌하고 분노했던 그 시절의 분노가 고스란히 살아났던 때문이기도 하였고, 이제는 보수화되어버린 나의 삶이 반추하는 추한 모습에 스스로 자조하는 다른 한쪽을 보는 모습이 이 책속에는 담겨있다.

  내게 있어 아직은 신앙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인간이기에 겪는 더없이 연약한 모습과 어린 행위를 혀를 차면서 살피고 있다. 기도와 묵상 그리고 그리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는 신앙을 갖기 원하는 내 모습은 진정 나를 찾아가는 모습인지, 내 자식에게 물려줄 신앙이 있기나 한건지 나를 반추하면서도 중간중간 난 울.었.다. 

  가을비에 촉촉히 젖은 주변의 차분한 색조는 내 마음과는 달리 화려한 가을풍경을 풍성하게 비쳐주었다. 난 오도막히 앉아서 그윽하게 바라다 본다. 2008년의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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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파블로 네루다 지음, 박병규 옮김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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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의 책상에서 한움큼 집어온 책속에 두꺼운 부피를 자랑한 책이 "사랑하고 노래하며 투쟁하다"란 제목이 붙은 네루다의 전기이다.

  칠레의 작가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된 이미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꽤 많은 분량의 책을 읽게되었는데, 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던 탓에 외교관이 된다는 것이 간디아버지가 정직하고 소박한 분이란 이유로 수상직을 맡았던 만큼이나 소박해보인다.

  외교관이었던 탓만은 아닐진대, 세계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많은 지성과 예술가들과의 교유가 이루어지고, 또 민중에 대한 사랑과 삶을 발견하고는 그 언저리를 떠나지 않았던 다작의 시인, 노벨상 수상자, 성애를 느끼고 숱한 여성들과의 하룻밤의 사랑도 불같이 나누었던 모습하며, 공산당으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감성이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싶은 좀처럼 상상이 안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작품을 읽고 싶어도 못 읽는 2008년의 대한민국,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고한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틀 속에 꽉 닫혀버린 우리들, 고단한 사람들

  옮긴이의 말 한도막으로 끝을 맺자.(다시금 책 속으로 나를 끌어들인 그에게 감사하면서...)

…… 네루다의 회고는 공정하지도 않고 포괄적이지도 않다. 서문에서 네루다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네루다의 기록은 “듬성듬성”하다. …… 네루다에게 시는 삶의 전부였다. 시가 무언지도 모를 때부터 시를 노래했고, 암의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순간에도 시를 구술했다. 죽기 바로 전날 네루다를 찾아간 변호사 피게로아의 증언에 따르면, 네루다는 책 한권 들 힘조차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비서 오메로 아르세가 병실 한 구석에서 정서해 준 초고의 교정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네루다를 끊임없이 노래하게 만든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대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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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정지아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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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등산을 하였다. 거의 2년만에,  허리가 부실한 관계로 치료를 받느라 의사의 권유대로 심한 운동을 자제하고 평지만 걷기를 거의 이년여 - 허리를 곧추세우는 것이 점점 나아져서 얼만큼 견딜수 있는지 내기하는 심정으로 계룡산 자연성능을 탔더랬다. 2년만에 가보는 너럭바위의 따뜻한 볕도 여전하였고 경천지의 반짝이는 물결도 설레임을 다시 안겨주었다.

  문제는 천천히 걷는 걸음으로 시간을 죽였던것, 남매탑에 내려오니 어느새 해가 기울고 저녁 예불소리 끝난지도 이미 오래, 익숙한 길이라서 심정을 달래면서 더듬더듬 내려왔다. 손가락으로 수많은 바윗돌을 만져가면서 허리를 보호하느라 더욱 어둠속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익숙하게 다져진 길의 감촉을 발로 느끼면서, 산에서의 겸허를 다시 일깨운 시간이었고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본 반딧불 한마리의 반짝임에 탄성이 일었었다.

지내놓고 보면 '산에 무사히 다녀왔다. 내려오니 8시 였고 평소 내가 다니던 시간의 두배쯤 걸렸다.'라고 압축할 수 있는 작은 경험 속에서 점으로 찍힐 반딧불과의 짧은 만남은 경탄으로 선명하게 남는다. 정지아의 소설 속에서 만나는 인불들도 거의 다 마이너리티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은 '산에 다녀왔다 '처럼 평범한 한 구절로나 남을는지 모르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반딧불같은 반짝임 혹은 따스함, 넉넉함, 편안함 그런 것들이 깔려있다. 특히 노년의 나이에 반추하는 삶의 기억들을 다 깎이고 닳아 없어져 남은 둥글둥글한 표면에 희미하게 남은 흔적들을 무심히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작가는 '나이드니 발밑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남은 물론이거니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던 나의 실수, 나의 못남조차 애처롭다.'(245쪽  작가의 말)고 밝히는데 애처로움으로 인하여 넉넉함과 너그러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지된 정물의 풍경을 통해, 또는 그러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 그 풍경이 만들어진 과거의 시간대를 거슬러 올라간다.'(238쪽 해설) 는 그의 소설은 그래서 향기롭다. 우리네 삶의 뒤끝에서 돌아보면 비슷한 풍경들로 남을 것 아닌가? 현재의 삶속에서 설혹 날카롭게 부딪히게 되는 것들조차 십수년후에 남을 한점 흔적을 생각해보면서 한발짝 옆으로 비켜나본다면 유연함 혹은 온유함으로 삶을 채색하게 되지 않을는지...? 날마다 아프다와 먹는 것으로 하루를 꾸리는 노인들의 삶을 답답하게 지켜보는 입장에서 나를 객관화 시켜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져보았다.

사족처럼 붙는 말, 전라도 방언 넘 좋다. 태백산맥이후 처음으로 설레임과 흥분 그리고 웃음을 잔뜩 안고 책장을 넘겼다.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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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락연 - 광복 60주년 기념 중국 조선족 화가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엮음 / 컬처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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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도 없고 번역작품의 제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많이 늙었음을 느끼게 된다. 밤을 새워 가면서 책을 읽은 탓에 신체를 흐느적 거리게 만들고, 또 생각을 멈추게도 만든다. 하지만, 오랫만에 밤을 새워가면서 책을 읽는 흐뭇함을 맛보기도 하였다.

성장소설이면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가 영어로 쓴 책이다. 아버지 바바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감성이 강하고 겁이 많은 주인공이 벌여야 했던 행위들을 크고 작게 우리가 늘 부딪치던 문제로 일상화했다.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풍요롭고 지적인 성취를 할 수 있었던 탓에 영어권의 소설을 쓸 수 있었고, 그런 이유가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가슴아프게 알려준다는 아이러니, 등장인물 중에 관광객으로 살았다고 비난하는 운전자의 모습과 주인공과의 화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딴딴한 단면을 생각해 보았다. 평온한 시절을 살아도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정권의 변동으로 인해 삶이 형해화되어가는 세상을 살아야 했던 개인사는 골조만 남은 건물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또 신뢰와 사랑을 심어줌으로써 삶을 윤택하게 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부분을 보면 생명력을 가진 희망을 느끼게 된다.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고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내야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죽음으로써 갈라진 이복형제의 애닯은 삶일지라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또 후손과의 연결고리가 귀하게 느껴진다. 삶의 일상을 묶어놓는 단단한 매듭일지라도.... 언젠가는 풀어지겠지 하고 희망을 품으면서 책장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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