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차피 인간은 하나님앞에 나그네길을 살다가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돌아보면 건질것 없는 나그네길이 어찌나 고단한지, 불처럼 겪어간 이야기가 순화되고 강돌처럼 달아서 순하게 표현되는 데도 나는 공지영의 글에 눈물이 났다.

  무릎꿇고 순종할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십대처럼 팔딱 팔딱 뛰면서 항의하거나 회의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은 나의 철없음을 탓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보지 못하는 환경을 탓하면서, 혹은 내 이웃과의 관계맺음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와버린 나의 고집스럼움으로 인하여서...

  민족을, 혹은 낮은 자들을 삶의 한쪽으로 택하고자 하였던 젊은 날들의 고뇌가 공감이 되었고, 또 7,80년대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고뇌하고 분노했던 그 시절의 분노가 고스란히 살아났던 때문이기도 하였고, 이제는 보수화되어버린 나의 삶이 반추하는 추한 모습에 스스로 자조하는 다른 한쪽을 보는 모습이 이 책속에는 담겨있다.

  내게 있어 아직은 신앙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인간이기에 겪는 더없이 연약한 모습과 어린 행위를 혀를 차면서 살피고 있다. 기도와 묵상 그리고 그리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는 신앙을 갖기 원하는 내 모습은 진정 나를 찾아가는 모습인지, 내 자식에게 물려줄 신앙이 있기나 한건지 나를 반추하면서도 중간중간 난 울.었.다. 

  가을비에 촉촉히 젖은 주변의 차분한 색조는 내 마음과는 달리 화려한 가을풍경을 풍성하게 비쳐주었다. 난 오도막히 앉아서 그윽하게 바라다 본다. 2008년의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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