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락연 - 광복 60주년 기념 중국 조선족 화가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엮음 / 컬처북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상품도 없고 번역작품의 제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많이 늙었음을 느끼게 된다. 밤을 새워 가면서 책을 읽은 탓에 신체를 흐느적 거리게 만들고, 또 생각을 멈추게도 만든다. 하지만, 오랫만에 밤을 새워가면서 책을 읽는 흐뭇함을 맛보기도 하였다.

성장소설이면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가 영어로 쓴 책이다. 아버지 바바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감성이 강하고 겁이 많은 주인공이 벌여야 했던 행위들을 크고 작게 우리가 늘 부딪치던 문제로 일상화했다.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풍요롭고 지적인 성취를 할 수 있었던 탓에 영어권의 소설을 쓸 수 있었고, 그런 이유가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가슴아프게 알려준다는 아이러니, 등장인물 중에 관광객으로 살았다고 비난하는 운전자의 모습과 주인공과의 화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딴딴한 단면을 생각해 보았다. 평온한 시절을 살아도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정권의 변동으로 인해 삶이 형해화되어가는 세상을 살아야 했던 개인사는 골조만 남은 건물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또 신뢰와 사랑을 심어줌으로써 삶을 윤택하게 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부분을 보면 생명력을 가진 희망을 느끼게 된다.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고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내야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죽음으로써 갈라진 이복형제의 애닯은 삶일지라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또 후손과의 연결고리가 귀하게 느껴진다. 삶의 일상을 묶어놓는 단단한 매듭일지라도.... 언젠가는 풀어지겠지 하고 희망을 품으면서 책장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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