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

신에 대한 태도

요즘 내 이야기는 많이 안하려고 하는데

2월의 햇빛

올리브는 그의 가엾은 죽은 아내가 사놓은 새 칫솔을 썼고(올리브의 집에는 여분의 칫솔이 없었다), 이인용 침대가 있는 손님방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가 준 큼직한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에서 세탁한 옷의 상쾌한 냄새와 뭔가 다른 냄새가 났다. 시나몬냄새일까? 헨리 냄새와는 달랐다. 이건 내 평생 해본 가장바보 같은 짓이야, 그녀가 생각했다. 그러다 다시 생각했다. 멍청하기로 따지면 그 베이비샤워에 갔던 일과 막상막하로군. 그녀는 옷을 개서 침대 옆 의자에 놓았다.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문을 조금 열었다. 그녀는 그가 이미 맞은편 손님방의 일인용 침대에 누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잭?" 그녀가 불렀다.

"네, 올리브?" 그가 대답했다.
"이건 내 평생 해본 가장 바보 같은 짓이에요." 그녀는 자신이왜 이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평생 해본 가장 바보 같은 짓이 베이비샤워에 간 거라면서요." 그가 대꾸했다. 올리브는 잠시 멍했다. "당신이 아기 받은부분은 빼고요." 그가 소리쳤다.
그녀는 문을 조금 열어둔 채로 침대에, 문을 등지고 모로 누웠다. "잘 자요, 잭." 그녀는 거의 소리를 질러 말했다. - P68

수잰이 말했다. "그거 아세요, 버니? 저는 이 문제를 많이 생각했어요. 정말 많이요. 그리고 제가…… 음, 이런 표현을 생각해냈어요. 그러니까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해서요. 제 머릿속을 스친 표현은 이건데요. 우리가 할일은 어쩌면 우리의 의무일 수도 있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한 어른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신비의 무게를 가능한 한 우아하게 견디는 것이다."
버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고맙다, 수잰."
잠시 뒤 수잰이 말했다. "제가 신에 대한, 혹은 훨씬 거대한 뭔가에 대한 그 느낌을 털어놓은 사람이 딱 한 명 있는데, 그게 음,
그 소름 끼치는 심리치료사였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만나기작한 뒤에요. 아무튼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세요? 이렇게 말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요, 수잰, 당신은 생이 일으킨 혼란에 사로잡힌 아이였어요. 지금은 당신이 느낀 게 신이었다고 착각하는 거고요. 당신은 그저 생이 일으킨 혼란에 사로잡힌 것뿐이에요, 그냥 그런 거라고요. 소름 끼치지 않아요, 버니?"
버니가 천장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소름 끼치냐고? 그렇구나. 그 사람 사고가 아주 편협해, 수잰." - P187

올리브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알아, 알지. 내가 하고싶은 말은, 내가 별로 잘해주지 못했다는 거야. 그게 지금 마음아픈 거고, 정말로 마음이 아파. 요즘 이따금 드물게, 아주 드물긴 하지만 이따금 내가 인간으로서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더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 헨리가 내게서 그런 모습을 전혀 못 봤다고 생각하면 정말 괴로워." 올리브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또 이런다. 내 이야기만 하고 있네. 요즘 내 이야기는 많이 안하려고 하는데."
신디가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뭐든 하세요. 저는 괜찮아요."
"번갈아서 하자." 올리브가 잠시 한 손을 들고 말했다. "분명또 내 이야기로 돌아갈 테니까."
신디가 말했다. "한번은, 크리스마스 날이었는데, 그냥 울음이터졌어요. 울고 또 울었어요. 아들 둘이 모두 와 있었고 톰도 있었어요. 그런데 계단에 서서 펑펑 운 거예요. 그러다 어느 순간보니 다 사라지고 없더군요.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 자리를피해 있었던 거예요." - P205

얼른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신디에게 2월의 햇빛은 늘비밀 같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2월에는 낮이 점점 길어졌는데, 잘 관찰하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의 끝마다 세상이 조금씩 더 열렸고, 더 많은 햇빛이 황량한 나무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약속했다. 그 햇빛이, 약속했다. 그건 얼마나 굉장한일인가. 침대에 누워 신디는 지금도 볼 수 있었다. 하루의 마지막 금빛이 세상을 여는 것을..

신디가 고개를 돌렸다. 햇빛이 장엄했다. 한낮의 빛이 끝을 향하면서 입 벌린 모습을 한 태양이 연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황홀한 노란색을 쏟아냈고, 그 빛은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내리비쳤다.
그리고 그다음 일어난 일은 이것이다신디는 이 일을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했다. "어쩜, 나는 늘 2월의 햇빛을 사랑했어." 올리브가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어쩜." 그녀는 경외감이 깃든 목소리로한번 더 말했다. "2월의 저 햇빛 좀 봐." - P224

"맙소사, 올리브, 당신은 정말 까다로운 여자예요. 더럽게 까다로운 여자, 젠장, 그런데도 난 당신을사랑해. 그러니 괜찮으면 올리브, 나하고 있을 땐 조금만 덜 올리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게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땐 조금 더올리브가 된다는 걸 의미하더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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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라에서’

척, 척, 척, 척, 괘종시계의 초침 소리를 들으면 누군가에게 등을 떠밀리는 느낌이었다. 그건 열 맞춰 걷는 군홧발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를테면 끊이지 않는 진격의 소리랄까. 초침은 앞으로 나가다가 반동으로 주춤했다. 그 순간 초침이 미세하게 떨리면 마음이 좀 풀어졌다. 시간도 앞으로 일초쯤 나가면 만분의 일 정도는 다시 뒤로 흐른다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아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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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완전하게 - 더도 덜도 없는 딱 1인분의 삶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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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가 쓴 건가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내용 많았지만 딱히 신선하지는 않은 느낌이 든 건 아마 내가 트이타를 너무 오래 해왔기 때문이겠지. 가독성 좋은 글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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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만들어 먹고 싶은 식사빵 - 맛있는 빵을 실패 없이 만드는 딸공쌤의 베스트 레시피 20 매일 만들어 먹고 싶은 레시피
딸공 최지은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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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좋은 오븐과 제빵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주구장창 하고 말았;;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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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이 뭐야?"라고 물으면 음악가뿐 아니라 소설가, 시인들도 아마 다 머쓱해질 겁니다. 어쩌면 그들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그럴지도 몰라요. 배만 채우면 될 텐데 하필이면 맛있는 음식을 찾고, 비바람만 막아주면 될 텐데 근사한 건물을 좋아하고, 노을 진 저녁, 빨리 차 타고 집에 가야 할 텐데 굳이 한정거장 걸어가는 우리들이요. 요점만으로, 내용만으로 뭔가아쉽다면 우리 모두는 사실 형식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지도모릅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그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될지도요. 가사가 없어도 형식으로 말하는 음악, 폼(Form)나게말하는 그 음악의 매력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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