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든 조언이든 들려주어야 할 것 같았지만, 한마디라도부주의하게 내뱉었다간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아진 그 학생의 마음에 쨍그랑 금이 갈까 봐 두려웠다. 마음속으로 맞갖은 어휘와 표현을 조심스레 고르고 이리저리 배열하는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다음 순간, 학생의 표정에서 타인에게내보이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속내를 털어놓고 나서 밀려드는 참담한 평온함 같은 것이 읽혔다. 그때 알았다.
이 친구는 지금 위로나 조언을 구하려는 게 아니구나. 누구한테도 말 못한 채 품고 있던 내면의 무거운 돌덩이를 감내하기 힘들어, 상담 형식으로나마 꺼내어 보이고 싶었던 거였구나.
KR솔직히 말하면 나는 학생이 겪고 있을 고통의 크기나 밀도를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거기에 오롯이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상의한다는 구실을 빌려서라도 누군가에게말하고 싶었을 간절함만큼은 온전히 알았고, 또 공감했다.
말한 다음 순간 밀려드는 참담한 평온함에 대해서도.
고르고 다듬던 조언의 문장들을 버렸다. 대신 밤늦게 불쑥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그 학생에게
"고마워"라고 답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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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남을 평가하고 그때마다 자신이 일종의 심사위원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남을 평가한다는 건 사실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많이들 잊고 산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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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메리(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주 낮은 성공률을 바라보고 적진 깊숙이 내지르는 롱 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 버저가 울리는 순간에 득점할 것을노리고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을 뜻하는 농구 용어이기도 하다 옮긴이)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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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존중받을권리가 있는 사람이고 때로 그 존중은 스스로가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노‘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면 어떤 존중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죠.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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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우리에게 남은 건 기분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기분도살아 있을 때와는 달랐다.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할까, 굴곡이 사라지고 평탄해져 있다. 그게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평화롭고 기분이 좋다. 살아 있을 땐 죽음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왠지 모르게 조급했지만, 죽고 나니 끝이 없어 마음이 느긋하다. 어느 틈엔가 과거와 미래가 사라지고 남은 건 현재뿐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그렇지가않다. 시간이 진정으로 지금 이 순간만 남으니 무엇 하나 기대할 필요가 없다. 희망이 없는 대신 실망도 없다. 열광이 없는 대신 무료함도 없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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