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우리에게 남은 건 기분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기분도살아 있을 때와는 달랐다.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할까, 굴곡이 사라지고 평탄해져 있다. 그게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평화롭고 기분이 좋다. 살아 있을 땐 죽음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왠지 모르게 조급했지만, 죽고 나니 끝이 없어 마음이 느긋하다. 어느 틈엔가 과거와 미래가 사라지고 남은 건 현재뿐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그렇지가않다. 시간이 진정으로 지금 이 순간만 남으니 무엇 하나 기대할 필요가 없다. 희망이 없는 대신 실망도 없다. 열광이 없는 대신 무료함도 없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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