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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 본 슬픔 ㅣ 믿음의 글들 208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강유나 옮김 / 홍성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가지 말로 미화시키지 않고, 여러가지 꼬리를 무는 생각을 무 자르듯 자르고, 있는 그대로 무뇌아처럼 심정을 토로하자면, 나는 기독교적인 것들이 싫다.
수많은 종교가 있겠지만 내 주제에 아는 종교들만 보자면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정도이겠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기독교인이 싫은 이유는, 슬프게도 내 주변의 기독교인들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어쩐 것도 없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으나,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겨버리는 시선과 모든 사람을 회개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강압과 일요일을 송두리째 교회에 바치고도 모자라 새벽잠을 반납하고 기도를 올리러 가는 생활을 하면서 자기만족 하는 것, 그런 모습들 자체가 심히 부담과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내 무작정 싫음 역시 엄청나게 편협되고 못난 생각이라는 자책을 버리지는 못한다.
이 세상에 신이 없다고 , 아니면 어떤 영적인 힘이 없다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이며, 그러한 전제 하에 육체가 아닌 영혼을 가꾸는 맑은 사람들이 그 안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사악한 나에게, 이 책은 아무 경고 없이 왔다.
언제나 제목만 보고 , 문득 어디선가 본 한 줄의 글귀 같은 걸로 책을 고르는 무식함이 저지른 결과물.
이처럼 유명한 루이스 씨를 몰랐을 뿐 아니라, 이 책이 종교서적인 줄도 모르고, 그럴듯하게 지어진 제목에 혹 해서 주문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 루이스 씨는 저명함에 토를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사색의 깊이가 풍부했고, 책은 종교인이 아닌 나로서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고통이나 슬픔에 대해 얇은 책 한권으로 얼마나 알게 될까마는,
그래도 헤아려 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저러나, 59세에 인생 최고의 짝을 만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멋지다 루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