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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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은 사자와 기린과 얼룩말들을 보호하면서 이 죄 없는 아이들은 그냥 굶어 죽어가게 내버려두는 걸까요? 물론, 아주 조금의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고릴라가 3백 마리가 죽었다고 하면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대면서, 하루에도 수백 명씩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해선 침묵하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 책 속에서 발췌.

*

때로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 그런 비겁한 합리화를 하면서 이런 일을 다른 이들에게 미루고 있는 내가 경멸스러워 욕지기가 나오기도 한다.

대신에,
당장 무언가 행하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관심을 갖는 일에는 언젠가 무언가 하게 된다는 믿음으로.

가만히 끼니를 떼울 궁리나 하고 있을 세상이 못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가만히,
그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고 조용히 살아도,
- 이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메마른 몸이 말해주는 것처럼 -
그래도 끊임없이 쑤셔대고 짓밟는게,
그게 어른이고 그게 세상이다.

질리지도 않는가 그 싸움질,
못 본 사람들을 위해 끊임없이 뉴스에서,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싸움질만을 방영해준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가학적 쾌락을 즐겨가는 동안,
평화로운 어느 한 아이의 어이 없는 죽음은, 단 돈 100원을 빵 통에 집어넣는 걸로 해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쉬이 잊는다.

김혜자 씨는 날개없는 천사이다.
김혜자니까 그런 일을 해도 되는거라고, 이젠 나이 들어 이미지도 살릴 겸 할 만 하지 뭘 그래, 가서 아무것도 않고 호텔방에서 편히 지내다가 아이들이랑 사진이나 찍는 걸테지, 저러고 자기가 뭐나 되는 양 유세 떨면 꼴불견인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도 머뭇대지 않고 뺨을 갈겨줄 수도 있다.
그들이 함부로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 생각이라는 걸 제대로 하지도 않고 말을 함부로 내뱉는 '버릇'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늦게 깨달은 것은 단 하나.
- 그 어떤 봉사나 후원이라고 불리는 일을 하는 사람도 , 설사 남이 어떻게 볼까 단지 그거 때문에 하는 봉사를 하는 사람도, 아무것도 안하고 입만 놀리는 나보다는 낫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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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장정일 단상
장정일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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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협한 인간이다.

내 취미는 독서인데, 음악감상인데, 그리고 영화감상인데,

이 식상한 취미 활동들이 갖는 편협성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책을 읽으면 보통들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진다고는 하지만,

나같은 인간은 어찌된 일인지 , 솔직히 약간 더 편협해지는 편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아무 뜻도 없다'고 하는 장정일씨 같은 사람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런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뭐래도 장정일씨는 유명인 아닌가.

그가 감옥에 가서이든지, 그가 상을 거부해서이든지, 가족사가 특별해서이든지 간에 (!)

유명인인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아버리면,

나는 마치 짝사랑하던 여인이 그 마음을 알아주는 남정네의 미소를 본 양, 볼이 발그레 해지며 가슴이 뛰곤 하는 것이다.

 

삼국지를 안 읽으면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했던 속설에 대한 은근한 내 속의 비아냥과 열등감을 한꺼번에 부셔주는 장정일.

왜 내가 그렇게 근거없는 적대심을 그 10권의 책에 무한정 갖고 있었는지 알려주는 장정일.

 

아아 , 오빠 ~~~ 장사마 ~~~

결정적으로, 이사람은 정말, 너무 귀엽다.

나는 귀여운 면이 있는 인간을 좋아하나보다. 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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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5-03-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날 '적의화장법'이 아니라 이책을 들고 나갔더라면..
가위눌림대신 유쾌한 꿈을 꾸었을것을..

치니 2005-03-0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영화가, 날씨가, 혹은 또다른 무엇이, 내 안의 평화를 쉬이 깨지 않도록...
우리는 자꾸 스스로를 다져야 하는 것 같아...세상은 아주 차고 단단하니까...

토니 2010-03-16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 님의 "구월의 이틀"인가 하는 책 나왔던에 한번 읽어보세요. 적극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이분의 작품이 익숙한 분이시라면 한번 읽어 볼만도 할 것 같아요.

치니 2010-03-16 09:35   좋아요 0 | URL
네, ^-^ 적극 추천은 아니라는 그 말씀, 어떤 건지 알 거 같아요. 생각나면 읽어볼게요 ~
 
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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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 상이란 뭔지 몰라도, 아마 우스운 별거 아닌 상일거다, 일본에서.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일본 전체를 무시하고 말 테다.

이 책이 129회인가에 걸친 전통 있는 상의 수상작이라니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하는 말이다.

그나마 재미있었던 스토리는 [하늘색 자전거] 하나.

눈물이 나니까 좀 재미있는 것 같긴 했지만, 그 스토리 역시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누구든 만들어 내기 쉬운 스토리였어.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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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1-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나오키 상 좋아라 해요. 포틴은 좀 시시한 감이 없진 않지만... 이 작가는 나름 눈여겨 볼 만해요.

치니 2005-11-0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전 이 때만 해도 괜히 삐딱한 마음이 한창인지라.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어요. ^-^
 
비폭력 대화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 바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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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셜 로젠버그

 

 

필요에 의해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 공부가 아닌데도 책을 구입 하는 일은 나에게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구입해서 결과적으로 그다지 재미를 못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부류의 책을 고르다 보면 한 때의 대세를 타고 부는 바람처럼 급조 되어서 그 내용이 부실한, 즉 다시 되짚어볼 만한 구절 하나 변변치 않은 책이 걸릴 소지도 다분해서, 부러 경외 시 한 것도 있다.

투자를 하는 만큼의 소득을 얻는다는 경제 원리에 입각해 보았을 때, 역시 그런 책들은 구입 하기에 아깝고, 그저 어디서 굴러다닐 때 얼른 주워 읽는 것이 상책이란 게 평소의 지론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참에, 그래도 한번 굳이 구입해서 사보고자 하는 책이 나타났으니, 이것이 다름 아닌 [비폭력대화].

제목 만으로도 구미가 엄청 당기는데다가 아무튼지간에 나는 평소 비폭력주의자다 최근 내 안에서 가장 결핍되고 있는 이슈를 좀 더 들여다볼 기회다 싶었으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읽고 난 소감으로 보자면, 생각처럼 쉬운 지침서가 아니다.

내게는 참으로 어렵고 실현하기 힘든 문제 같이 보인다. 물론 작가는 많은 연습으로 그러한 어려움은 극복 된다고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대도시 시민으로서는 그 정도의 마음의 여유를 둔다는 자체가 언뜻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노력하련다.

내 마음 안에 폭력이 사라지고 평화가 와서,

그 평화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평화가 올 거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이제부터 누군가 꿈이 무어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해야겠다, 써놓고 보니 그럴 듯 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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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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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쏘세키.

[마음] 이후로 , 내 마음 속에서는 톨스토이 같은 작가로 자리 잡은 이 사람의 다음 책은 처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찾아왔다.

 

종종 그러하듯,

즉물적, 말초적, 원색적, 즉흥적인 빠른 시간들 속에서 이런 고풍스럽고 느린 물건들은 잠시 빛을 받는 것 같다가도 설 자리를 쉬 잃는 지라,

이번에 내가 친구에게서 강력 권유 받았던 것 만큼의 포스가 없으면 잊고 싶지 않은데도 잊혀지곤 한다.

, 바로 그것이 현대인의 비애라는 생각에 이르자, 잠시 마음에 철철한 울음이 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만, 나는 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다시 또 냉담하고 무감해진다.

 

읽는 내내,

예의 철철 울음-가슴과 냉담 무감-머리 사이의 필연적 숙명이 나 같은 독자에게 보이지 않는 비수를 꽂는다. 지식인이랍시고, 뭐 좀 안답시고, 따뜻한 눈물 한 방울에조차 인색해지고, 비합리적인 그 무엇도 용납되지 않는 습관에 길들어버린 우리들의 자화상. 뭐 그런 간단한 거다, 표현하자면. 그런데도 역시 비수는 비수로 제대로 꽂아지는 게, 이 작가의 가공할만한 저력인 것.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만,

이렇게 잘 쓰려면, 아무래도 갈고 닦는 연습보다는 천부적 소질이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그 엄하고도 (나 같은 혹은 주인공 같은 인간에게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야망찬 미래에 대한 계획이란 걸 잽싸게 접는다.

 

아무튼, 매우 재미있으므로, 제목 그대로 [그 후]가 궁금해지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출간이 안된 것 같기도 하고 찾아 볼 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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