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뇌는 이렇구나

깊은 사고의 체험은 무중력처럼 자유롭다. 끝없이 떨어지거나 끝없이 올라가는 환각체험 같다.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이라는 생물은 소멸하지 않을까, 죽어버리거나 폐인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여러 번 덮친다. 그러나 그런 잡념은 여기서는 불순이고 중력이 되기때문에 몸은 순식간에 떨어지고 만다. 집중해 생각하는 동안만이라도 공간에 떠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아주 짧은 순간 죽는 걸지도 모른다. 죽는 순간이 머리 회전이 가장 빠르지 않을까 하는 체감. - P167

호흡을 정돈하고 다시 도전하려 할 때는 좀 더 생각하면알 것 같았다. 좀 더 생각하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는 감각만이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르르 온몸을덮친다. 그리고 납득이 가는 것을 잡았을 때는 체온이 훌쩍오른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그것 역시 다음 환각 체험의동기가 될 것이다.
더 깊은 곳까지 잠기고 싶다. 더 먼 곳을 붙잡고 싶다. 끝없이 생각하고 싶다. 그때는 그런 기분이다. 하지만 몇 초후에는 이런 고통은 더 이상 싫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고통도 이내 잊어버린다.

수학 문제를 푸는 행위는 지극히 ‘곤충적‘이었다. 그것은 생각한다고 하기보다 유인당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연구를 시작하고 내가 만난 사고는 그런 것이 아니다. 완전히 이질적이다. 물론 환하게 빛나는 결승점은 없다. 주위는 사방이 캄캄해서 자신이 더듬어온 길 이외에는 아무것도보이지 않는다. 가령 비약적으로 앞으로 나갈 수 있어서 무언가 손에 닿는 느낌이 있었어도 거기에는 ‘이것이 맞다‘ 하는 증명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것이 맞는다는 것은 직접 확인하고 자신에게 설득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 P169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말로 사람은 뭐든지 긍정해버리는데, 인간은 경험하기 위해서 태어났을까? 지금 내가 하는일은 단지 경험하면 되는 걸까?
경험을 쌓는 것으로 인간은 차츰 훌륭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없다.

"이상해. 그렇게 마음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정말 이상해. 다들 이상해. 수식을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에 대해 인정하는데, 인간의 마음이 어쩌니 저쩌니 말하는 사람은 수식을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아.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인간으로서 부족한 거 아냐?"

"왜 칼부림 이유 묻지 않았어?"
"글쎄, 그냥. 이유를 말로 들어도 결국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추상화할 수 없어. 추상화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할수 없다는 거야. 말을 들어도 이해한 게 아냐."
"그럼 이해한다는 건 어떤 거야?"
"그 이해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거야. 그 칼부림을 저지른 사람의 이유를 이해했다고 그것으로 칼부림이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냐 하면, 그런 건 아니지."
"흐음. 그런가?"
"물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있어. 심리학, 과학, 아니면 사회학 정도일까? 제대로 그런 연구를해서 정신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사람은 있지. 그 사람은이유를 조사해서 연구를 하고 대책을 강구해, 하지만 주위에서 알고 싶어 하는 구경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냥 알고 싶어할 뿐이지."
"그래, 그런 건 나쁘다는 거지?"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것이 일반적이야. 호기심은 누구나 있잖아. 단지, 호기심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호기심을 인간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쓰고 싶은 것뿐이야. 애써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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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비밀 - 나이에 상관없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개리 마커스 지음, 김혜림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징하게 오래 붙들고 있는 동안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 만큼 끈질기게 그리고 열심히 정진할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음악이 뇌에 주는 행복감은 재 확인.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 전개된 장도 있었으나 평소 궁금했던 부분이라 재미있게 읽음. 끝까지 읽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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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일반 규범

곡 전체를 악상기호까지 표기하며 일일이 모든 음을 적는다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전통이다.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즈를 지탱하는 즉흥성 충동은예외가 아닌 일반 규범이다. 그리고 언제나 가장 훌륭한 연주자는 서술적이고 의식적인 것과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을혼합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폴 매카트니는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 둘(존레논과 폴 매카트니)이 연주하는 코드를 알고 멜로디를 기억하기만 한다면 사실 악보에 받아 적거나 그것을 보고 연주할 필요.
가 없다. 폴 경의 말을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매카트니에게 물을 방법이 없었기에 대신 나는 스모키에게어떻게 악보를 읽지 못하면서 연주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자신에게는 노래가 기하학이라고 설명했다. 즉, 그는 모든 것을 모양과 패턴으로 기억하고 그것이 귀에 어떻게들리는지를 기억한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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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론

예술가

모국어

운명론은 미개한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의 운명론은신화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정교해서 운명론처럼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하나의 예만 들자. 사회생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삶은 DNA의 자기 복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의 목소리를 빌리고 있지만 극단적 운명론이다.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라면 여전히 ‘운명 격파‘ 나 그와 비슷한말에서 영감을 찾겠지만, 이 새로운 운명론은 인간과 운명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그렇다고 패배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우리의 이타적 행위나 문화 창조 등의 행위까지도 모두 유전자의 전략에 따른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거꾸로 우리의 이타적 행위나 문화 창조 행위 등이 유전자의 전략을 역이용한 것은 아닌지 물을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운명에 패배하면서 운명 위에 인간의 위엄을 세운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2015. 3. 23.) - P116

상투적인 글쓰기는 소박한 미덕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식민 세력에 동조하는 특징을 지닌다. 자신의 삶에 내장된 힘을 새롭게 인식하려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 늘 그런 것‘이라고 말하기때문이다.
예술가는 남이 가지 않는 다른 길을 간다는 말이 있다. 그다른 길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추상적인 것도 아니다.
당신이 저 상투적인 ‘살랑살랑‘ 대신 다른 말을 써 넣는다면 당신은 벌써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벌써 예술가다. - P119

지식과의식의 깊이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낭비에 해당하며, 그 낭비에 의해서만 지식은 인간을 발전시킨다. 외국어로는 아는 것만 말할 수 있지만 모국어로는 알지 못하는 것도 말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말은 도구적 기호에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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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와 근대주의

운송중 부패 운운하는 식의 설명에 내가 늘 흥분하는 것은 거기서 천박한 과학주의나 일종의 식민지주의 같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식민지주의라는 말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가. 저 불행한 대에 일본인들이 우리의 김치나 온돌을 헐뜯을 때 들이대던 논리가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섣부른 근대주의자들의 주장이나 설명 방식에는 이해가 쉽지 않은 것들을 가난이나 몽매함의 탓으로 돌려 농어촌을 도시의 식민지로 삼으려는 음모가 종종 숨어 있다. 그 음모속에서 삶의 깊은 속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자들의 천박한 시선 아래 단일한 평면이 되어버린다. 나름대로 삶의 중심이었던 자리들이 도시의 변두리로 전락하는 것은 그다음 수순이다. 식민주의의 권력자들은 삶을 통제하기 전에 먼저 삶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물론 이 일은 도시 안에서도 일어나고 한 사람의 도시민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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