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고, 이래서 전자책이 내게는 여전히 부차적인 수단으로만 와닿았구먼 그래...읽다가 휘리릭 맨 뒤를 살펴보거나 재미없는 부분 건너뛰는 걸 좋아했었는데 최근 전자책만 보다 보니 그게 안됐어서 답답한 거였어! (각주도 마찬가지. 맨 뒤로 가서 보고 다시 돌아오는 게 너무 귀찮다구요)

오늘날의 모바일 스크롤 읽기에선 종이책 읽기의 특징인 건너뛰기·책등 읽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며, 스크롤 읽기는 오늘날의 종이책보다는 수천 년 전 두루마리 펼쳐 읽기에 가까운 경험이다. 

- 맞아, 때때로 작가에게 빚진 기분이 들 정도로 고맙다.

이 번거로움이 만들어 내는 가치는 특히 참고 도서나 입문서·논픽션의 경우 빛을 발하는데, 정보 가공 및 생산자의 입장에 국한해 보더라도 책만큼 ‘대단한 가성비’를 지닌 매체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부지런한 학자·기자 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조사와 연구를 거쳐 쓴 책을 보면 누가 나 대신 취재를 해서 ‘엑기스’만 추출해 담아 놓은, 분에 넘치는 선물꾸러미를 받아 안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그 책이 내가 오래도록 품었던 질문을 건드리고 있다면, 그 책의 가치는 감히 환산하기 어렵다. 

독자에게 말을 걸겠다는 마음으로 쓰인 글은 비록 어렵더라도, 왠지 모르게 어떻게 해서든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이런 글이야말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의 본질일 것이다. 즉 ‘중2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라는 것은 결국 ‘중2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써라’와 다름없다. 정말로 내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은 검색을 하고 사전을 찾아서라도 읽게 된다. 단순히 평이한 단어를 쓰고 존댓말을 쓴다고 해서 읽고 싶은 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의 글쓰기여야 한다. 

배우 이청아는 문예지 『릿터』와의 인터뷰에서 종이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광고 없이 글을 읽을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세스 고딘은 “어떤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음, 근데 중반까지만 읽기로 했다, 이 책은.

무슨무슨 독서법 같은 것은 내게 전혀 필요하지가 않은데...뒤로 갈 수록 그 이야기가 대부분인 듯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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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짐작도 못한 일이다, 내가 다 늦게 일본 추리물을 즐겨 읽게 되다니(작품 속 교고쿠도의 말대로 세상에 ‘이상한 일‘이란 없으니 뭐 이상할 건 없지만). 하지만 좋은 작가의 작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주는 울림이 있게 마련. 좀 장황하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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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장황한 게 진짜 매력적이죠!!

치니 2024-10-14 11:49   좋아요 0 | URL
그런 거 같아요!
내친 김에 이 시리즈 다른 책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
 













“인격이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한 개인 안에서도 어제와 오늘, 아침과 저녁으로 미묘하게, 아니 때로는 크게 달라지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떤 때에도 모순 없이 연속된 것처럼 느껴져서, 결국 하나의 인격이라고 인식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따라서 본래 인격은 한 개 두 개라고 감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이중인격이란 인격이 두 개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것들이 하나의 인격이라고 인식되지 않는, 또는 인식할 수 없을 만큼 괴리되어 버린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 인간에게는 인격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뇌의 속임수입니다. 즉, 연속된 의식과 질서였던 기억의 재생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인격을 형성하는 조건인 셈이지요. 따라서 뇌 없이는 인격을 말할 수 없어요. 그리고 뇌의 어느 부분이 현재 의식을 낳고 있는지가 중요한 열쇠가 되지요. 통상 우리는 뇌의 여러 부분과 접촉하며 사회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회로의 어딘가가 접촉 불량을 일으킬 때가 있지요. 평소에 사용하는 뇌보다 한 단계 낮은 뇌로 연결되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인격은 바뀌고 맙니다. 인간으로서의 섬세한 정서나 감정을 알 수 없게 되지요. 심할 때는 말조차 잃게 됩니다. 동물의 본능만으로 행동하기도 하고요.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짐승에 씐’ 상태입니다.” 

“일상과 비일상은 연속되어 있어. 분명히 일상에서 비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섭게 생각되고, 반대로 비일상에서 일상을 들여다보면 바보처럼 생각되기도 하지.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것이 아닐세. 같은 것이야. 세상은 늘, 무슨 일이 있든 변함없이 운행되고 있네. 개인의 뇌가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일상이다, 비일상이다 하고 선을 긋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연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당연한 걸세. 되어야 하는 대로 되고 있을 뿐이야.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윈 아무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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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자체가 그런 사람이어서라고,

타인에게서 쏟아지는 관심을 계기로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것은 이십대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파란색 만년필로 가붓하고 꼼꼼하게 쓴 편지의 문장은 차분하고 유머가 있으며 상쾌했다. 그녀 자체가 그런 사람이어서라고, 자신은 도저히 그렇게 쓸 수 없다고 하지메는 생각했다. - P8

하지메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마쳤다는 매듭을 짓듯 굽히고 있던 등을 편 뒤 "됐나?" 하고 물으며 시선을 똑바로 맞추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는 학생의 목소리보다는 표정에 당황했다.
주위에 미치기 시작한, 생각지도 못한 영향을 알아차리고 그걸남의 일처럼 즐기는 얼굴이었다. 타인에게서 쏟아지는 관심을 계기로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것은 이십대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런 새로운 사태를 은밀히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두 개의 감정이 안팎으로 겹쳐져 있다. 그것이 확실히 보이는 것은 그녀가 아직 어른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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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성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 성인 피아노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안내서 음악의 즐거움 3
스미 세이코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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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1/2만 읽어도 충분하다는 이유로 별 하나를 뺐지만,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크게 도움이 되었기에 이런 책이 있다는 자체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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