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던 판결은 아직도 법전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다. 캐리 벅 소송의 대법원 판결은 이후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우리가 도달한 가장 높은 발전 단계에서도, 만약 당신이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정부는 당신을 집에서 끌어내 당신의 배를 칼로 긋고 당신의 혈통을 끊어버릴 권리를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법학자는 그 판결 이후 모든 주가 우생학 불임화법을 폐지했으므로 그 연방법은 기술적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할 테지만, 절반에 가까운 주들이 여전히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불임화 수술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다만 이제는 ‘부적합’이란 표현 대신 “정신적으로 무능력한”이나 “정신적 결함이 있는”90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 다를 뿐이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5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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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3-0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도 이 책 좋아하는 구나!!^^

치니 2022-03-08 15:46   좋아요 0 | URL
일부러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읽고 있어요. 지금 2/3 정도 읽은 상태, 점점 흥미진진!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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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정교한 뭔가를 쌓아 올렸다가… 그 모든 게 다 무너지는계속 가고 싶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계속 가게 만드는, 모든 사람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그것을 카프카는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고 불렀어. 파괴되지 않는 것은 낙관주의와는 전혀 무관해. 낙관주의에 비하면 훨씬 더 심오하고 자의식은 훨씬 덜하지. 우리는 그 파괴되지 않는 것을 온갖 종류의 다른 상징과 희망과 야심 등으로 가리고 있어. 이런 상징과 희망과 야심은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인정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니까. 음… 만약 그 모든 잉여를 제거한다면(혹은 제거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파괴되지 않는 그것을 찾게 될 거야. 그리고 우리가 일단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카프카는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 그는 우리가 파괴되지 않는 것을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해주지 않아), 그것은 실제로 우리를 찢어발기고 파괴할 수도 있어.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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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요지는 단순하다. 인간의 정신이 세상을 조각해내는 일을 늘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 우리가 만물에 붙인 이름들은 잘못된 것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예”는 인간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자유를 누릴 가치도 없는 존재였던가? “마녀”는 화형을 당하는 게 마땅한 존재들이었나? 그가 의자를 예로 든 의도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 겸손을 유지하라는 것,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 삶 속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그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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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페스트 (양장)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해불가 요령부득 문장들이 간혹 있었는데 번역의 문제인지 까뮈가 일부러 그렇게 쓴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는 점만 빼면 완벽. 세상의 부조리에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천착하면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인류애를 놓지 않을 분, 까뮈는 역시 휴머니스트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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