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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읽고 좀 난감한 기분이 될 때는,
주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가 없을 때'이고, 하나는 '도무지 읽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그것도 단 하루가 지난 참인데).
아쉽게도 이 소설집은 내게 위의 두 가지 기분을 동시에 준다.
김인숙씨에게 내가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유치하게도 '꿈꾸는 자의 대변' 같은 거라고 해야겠다.
더욱 유치하게도 그러한 기대는 그녀의 꾸준한 작업에 성원을 보내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제목이 주는 암시 때문이었다.
과연,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를 읽어보니, 꿈 꾸는 자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꿈 꾸던 그녀는 좌절했고 죽어버렸다.
아, 꿈 꾸고 싶은 자들, 다 죽어버려야 하는가. 이것이 겨우 리얼리즘인가.
재미있게 소설 읽고 싶은 사람들, 다 더욱 더 까다로워져야 하는가.
힘 빠진 김에 당분간 소설책을 집어들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좋은 소설이 잘 골라지는 눈이 밝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언제인가 픽 웃으면서 무시했던 '소설책이 그래봐야 소설책이지 뭘'이라는 말에 왠지 공감이 가는 이 기분은, 괜히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