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주류/비주류를 논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는 절대 대성공하거나 메인스트림에서 빵빵 뜨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 역시 그러하며,
(위 둘 중 그러하지 않은 쪽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나 세대가 지나도 한참 지난 분들 뿐)
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는 일반적으로 잘 모른다고 할 때가 많고 그쪽 분야에서 취향이 같은 이들끼리만 좋아하는 그런 류에 속할 때가 많은 편,
티비 프로그램도 주로 그래왔고, 그중 드라마는 더더욱,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프로는 무한도전과 하이킥.
그나마 하이킥은 요즘 슬슬 마니아 층만 열광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듯.
음식점이나 카페도 마찬가지다.
내가 자주 가면 그 음식점은 곧 망하고, 내가 자주 가면 그 카페엔 늘상 손님이 없다. -_ㅠ
한 마디로 말해서 뭔가, 마이너 취향인가 보다.
그런데 나는, 마이너 = 마니아,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니아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매니악, 이라는 영어에서 나온 말일 텐데, 무언가에 합리적인 판단기준조차 없이 미쳐가지고 정신 빠진 사람 취급이라 오타쿠나 덕후라는 말보다 더 별로다.
아니, 마니아든, 오타쿠든, 덕후든, 뭔가에 너무 빠져서 허우적대는 내 모습이 싫어서 거부감이 드는 걸게다. 그런데 취향이 마이너 쪽이라 해서 그런 식의 단정지어진 그룹 속에 드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거지.
그게 별로인 마음의 저변에는, 내가 덜 좋아하는 메인스트림의 어떤 것도 언제든 진정성만 품으면 나 역시 좋아할 수 있으리, 넉넉해보이고 싶은 허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려나,
이런 나 같은 사람들은 늘 마음 속에 '어차피 난(우린) 안 될 거야.....' (한때 대유행이었던) 이 말을 품고 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그토록 좋아하고 존경해마지 않는 무엇이 있어도 섣불리 아무에게나 권하지 못하고 설사 권해서 잘 안 되더라도 '어차피...' 이래버린다.
하지만!!!
내일, 내일 만큼은 절대 그런 마음 품지 않으려고 한다.
될 거야, 될 거야, 주문을 걸어도 모자랄 판국이다.
내 인생 처음으로 내가 찍은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그 시절에도, 솔직히 안 될 거 같다고 생각했었다. 왜? 내가 찍었으니까.
하지만 그분이 되었고, 그분 덕에 그래도 대통령 욕도 맘껏 하고 살던 나름의 호시절이 지났다.
나는 그분이 했던 모든 잘못된 정책을 욕하더라도, 그분 자체를 욕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 무슨 욕을 한들, 자체검열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리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은,
내가 찍으니까 될 거라고 생각할 거다. 믿을 거다. 아, 제발. 시장 욕이라도 쫄지 않고 하는 세상이 되었음 좋겠다, 눈치 안 보고 어디 끌려가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