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츠 오브 컨트롤 - The Limits of Contro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굳이 왜 그런 천박한 비교를 하냐며 말릴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워낙 대세인지라, 그리고 요 바로 얼마전에 본 영화인지라 '상상력'이나 '꿈과 현실의 경계', '진짜와 가짜의 경계' 같은 걸 생각하다보면 저절로 영화 <인셉션>이 떠오르게 되니 양해하시라, 나는 잠깐잠깐 두 영화가 비교 되었다.

내 취향은 이 쪽이다. 그러니까 이런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원한다. 동문서답 같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퍼즐이 딱딱 맞는게 아니지만, 그래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쪽은 이 쪽이란 말씀. 그리고 예의 <인셉션>에서 관객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구구절절 설명해주던 꿈의 과학에서는 종종 써먹던 킥을 받지 않아도, 그러니까 계속 '예술'이라는 상상력의 도가니탕에서 내멋대로 오판하고 분석하고 굴려도 이 영화는 전혀 뭐라고 잔소리를 안 한다는 말씀.

영화는 시종일관 차분하기 그지 없다. 킬러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보는데도, 그래서 부러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손에 땀을 쥐어보지만, 그런 관객을 흥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견고하고 차분한 움직임만이, 그리고 집요하리만큼 정돈된 반복이 있을 뿐. 애당초 감독은 복수니 서스펜스니 그런 건 관심도 없었나보다.

감독 짐 자무시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명배우들이 합류한 반면, 우리 쪽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본 배우까지 그야말로 월드와이드하게 포진된 캐스팅과 CF 적인 촬영을 배제하고 담담하고 사실적이지만 광대하게 잡아낸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도 새삼 대단하다 싶고, 음악 역시 관록과 섬세함이 어우러져 영화에 멋드러지게 어울렸건만, 아쉽게도 번역은 스페인어를 종종 따라잡지 못하고 이 영화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몇몇 단서들이 스페인어로 쓰여 있는데 아무런 한국어 각주가 없어 답답했다. 예를 들면 킬러의 임무를 돕고자 멕시칸과 여자가 차를 갖고 오는데 후미에 써있는 LA VIDA ... 어쩌고는 막귀인 내가 봐도 분명히 그 전 사람들이 스페인어로 반복해서 말한 거랑 같은 맥락이란 말이지,쩝. 

좋은 영화는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다. 어젯밤에는 급기야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이 세기말적인 작태를 멈추고 조금 더 좋아질까' , '그럼 나는 예술가도 아닌데 뭘 할 수 있을까' 막 이런 생각까지. 클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8-1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위터 안하는 내가 죄인. 흑흑. orz

치니 2010-08-10 10:0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죄인까지야 아니지만, 아이 참 안타깝네요. 게다가 어제는 다락방님 탄신일! 우연히 봤으면 제가 축하주, 축하 차라도 건넸을텐데요. (한편으로는 이런 게 막 영화같지 않아요? 같은 장소에서 서로 모르고 같은 걸 보는...히히)

stillyours 2010-08-1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다락방님도 치니님도 보셨으니 나도 봐야지 (이건 뭐?)ㅋ

치니 2010-08-10 11:04   좋아요 0 | URL
일케 되면 저도 moon님이 봤다는 영화 다 볼 태세. ㅋㅋ

Seong 2010-08-1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 VIDA NO VALE NADA" 인생엔 어떤 가치도 없다.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런 뜻이라고 하더군요. :D

치니 2010-08-12 11:24   좋아요 0 | URL
역시 역시 ~ 히히, 사실 누군가 분명히 뜻을 알려주겠지 하는 마음에 게으르게 안 찾아보고 있었는데 토멕님이 딱 걸렸어요.
짐작한 거랑 비슷한 뜻이기도 해서 뿌듯하기도 하고. (왜? ㅋㅋ)